회사 동료 여직원에게 “임신을 한 것이냐”고 물어도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반정우 부장판사)는 한모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법원 측에 따르면 반도체 관련 회사의 생산라인 관리과장으로 일하던 한씨는 하급 여직원들을 성희롱했다는 이유 등으로 2012년 4월 해고 처분을 받았다. 술자리나 간담회 자리에서 여직원들의 특정 신체부위를 상습적으로 만진 것이 해고 사유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지만, 퇴직을 앞두고 상담을 청하는 여직원 A씨에게 “남자친구와 무슨 일이 있나. 임신했냐”라고 물은 점도 해고 사유에 포함됐다.

이에 한씨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에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도 중노위와 다르지 않았다. 특히 재판부는 A씨에게 “임신했냐”라고 물은 행위가 성희롱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재판부는 “한씨가 ‘임신했냐’고 한 말이 나쁜 의도에서 물은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는 일상생활에서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이나 호의적인 언동으로 볼 수 없다”며 “오히려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한씨는 관리과장으로 사업장내 성희롱을 방지해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그런 의무를 다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성희롱을 저질렀다”며 “피해자들을 무고죄로 고소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하면 징계위의 해고 처분은 적정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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