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지명수배된 운전기사 양회정(55)씨가 29일 자수하면서 검·경이 국내에서 수배한 인물의 신병이 모두 확보됐다. 이로써 유 전 회장의 도주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각종 의혹이 풀릴지 주목된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헌상 2차장검사)은 유 전 회장의 직계 가족으로는 유일하게 국내에서 도피 중인 장남 대균(44)씨를 붙잡아 28일 구속했다. 또 대균씨 도피 조력자로 함께 검거된 박수경(34·여)씨와 이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구원파 신도 하모(35·여)씨 등 2명도 구속했다. 여기에 일명 ‘김엄마’로 알려진 김명숙(59·여)씨와 양씨의 부인 유희자(52)씨가 28일 자수한데 이어 양씨마저 29일 자수해 수배된 국내 거주 인물의 신병이 전원 확보됐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집중 수사를 벌여 유 전 회장의 도주과정과 도피 자금 여부, 사망 원인 등을 밝혀낼 방침이다.

현재까지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것으론 유 전 회장이 도피 전 김씨와 양씨에게 6억원 가량을 전달하며 은신처 물색을 지시한 것 정도다. 이후 유 전 회장이 별도의 도피자금을 들고 별장을 빠져나와 도주했는지, 조력자 없이 혼자 나섰는지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유 전 회장이 측근인 의사와 함께 도주했다는 설도 제기됐지만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은 양씨를 토대로 집중 수사를 벌여 유 전 회장의 마지막 행적을 조사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양씨는 별장에서 유 전 회장과 헤어진 뒤 접촉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유 전 회장은 단독으로, 또는 제3의 조력자와 별장을 빠져 나간 것이 된다.

또 별도의 도피자금이 있었는지 여부도 제3의 조력자 유무에 직접 관련성이 있다. 조력자와 함께 도주했다면 적잖은 자금을 들고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유 전 회장의 사망이 자연사던 타살이던 이 조력자가 도피자금을 갖고 행방을 감춘 것이 된다. 별장에 10억원 가량이 남아있던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수억원을 소지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씨와 양씨 등이 이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추가 수사를 통해 검찰이 반드시 밝혀내야 할 부분임은 틀림없다. 적어도 유 전 회장이 도주 직전까지 김씨 등과 접촉했던 점을 감안하면 적잖은 수사 진척은 가능해 보인다.

유 전 회장 일가 비리와 관련된 마지막 고리를 풀기 위해서는 해외 도피 중인 유 전 회장의 자녀와 측근을 검거하는 일이 남아 있다. 프랑스 수사당국에 체포된 장녀 섬나(48)씨를 제외하고 이들의 소재는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후계자로 지목된 차남 혁기(42)씨는 종교 행사에 종종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 유 전 회장의 측근들과 경영에 깊이 관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해외에서 은신 중이다. 혁기씨의 경우 혐의 액수가 559억원에 달하고 프랑스에서 국내 송환을 위한 재판이 진행 중인 섬나 씨의 경우도 혐의 액수가 492억원에 이른다.

유 전 회장과 특수관계로 재산을 관리해 온 것으로 전해진 한국제약 대표 김혜경(52·여)씨, 최측근 문진미디어 전 대표 김필배(76)씨도 해외에 있다는 설만 전해질 뿐 행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일단 유 전 회장의 사망과 관련한 각종 의혹부터 밝혀낸 뒤 이들 일가 비리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외도피자들의 검거가 늦어질 경우 세월호 사고 피해자 보상을 위한 재산 환수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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