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나 볼 법한 수천억원대 위조 채권을 밀반입해 유통하려던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9일 미국 재무부 명의로 위조된 수천억대의 채권을 일본에서 밀반입해 국내에서 유통하려던 혐의(위조 유가증권의 행사 등)로 재일동포 김모(81)씨 등 3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4일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입국하면서 1,000만 달러(한화 102억원 상당)짜리 위조 채권 60장을 여행가방에 넣어 들여와 이를 국내 모 은행에 제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채권은 발행처가 미국 재무성(Department of Treasury)이 아니라 재무부(Ministry of Finance)였고, 발행연도도 1935년도로 1985년에 이미 시효가 끝난 것으로 표시돼 있었다.

일당 중 한 명인 일본인(69)은 경찰조사에서 “10여년 전 지인한테서 1,600만원의 채무를 변제해주면서 6,000억원 대의 채권을 받았다”면서 “위조 채권인 줄은 몰랐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이들이 찾아간 국내 은행 3곳에서는 채권이 위조됐다는 것을 알아보고 위조 사실을 당사자에게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이들은 계속해서 채권을 맡아줄 은행을 찾아다녔고, 지난 15일 농협 서울 용산의 한 지점에서 채권을 행사하려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김씨는 과거 재일민단 간부였던 점을 이용, 인맥을 동원해 시중은행 직원들을 소개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은행으로부터 채권 보관증을 받으면 거액을 은행에 맡긴 것처럼 꾸며 이를 미끼로 벌목업 투자자를 모집하는 등 또 다른 사기 행각을 계획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당 중 한국인 진모(51)씨는 재일동포 사업가 행세를 하면서 인도네시아 벌목 회사에 접근, 100억원을 투자하겠다며 한국지사장 직함을 받아내 사기 행각에 이용했다.

경찰은 김씨 등을 상대로 위조책을 추적하는 한편 투자 사기로 인한 피해자가 있는지 등 여죄 를 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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