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유대균씨와 함께 체포된 수행원 박수경씨의 팬카페가 개설돼 논란이다. (사진=해당 SNS 화면 캡처)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44)씨와 지난 25일 함께 체포된 수행원 박수경(34)씨의 팬카페가 개설돼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개설된 해당 카페는 28일 오후 70여 명의 회원이 가입한 상태며, 그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카페에는 박씨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한 뉴스 스크랩물이 주를 이룬다. 카페 소개 글에는 "착잡하면서도 풀이 죽은 표정으로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들어선 유대균씨와 달리 '호위무사'로 알려진 박수경씨는 결기 어린 표정에 카메라도 피하지 않으며 압송 내내 꼿꼿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는 한 신문의 기사를 그대로 옮겨 왔다.

카페 회원들은 검거 당시 박씨가 양손을 올려 경찰에 투항하는 모습을 두고 "기품 넘친다" "평화주의적인 모습이다"라고 평가하는 등 박씨를 옹호하고 있다. 또한 카페 회원들을 두고 "사회에 불만을 가지거나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이들을 동경하는 성향을 보인다"는 전문가의 말이 담긴 기사를 스크랩해 "여러분 이제 그만 사회에 적응하십시오"라며 비꼬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언론의 폐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박씨가 검거된 후 '미녀 호위무사' '미녀 보디가드' 등 온갖 수식어에 박씨의 사생활 및 유대균씨와의 관계 등이 집중 보도되면서 여론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쏠리며 일어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박범신 소설가는 "언론이 앞장서 그녀를 '호위무사'라 부른다. 호위무사라니 정말 천박하고 한심하다. 언론 스스로 천박한 막장드라마 생중계를 자임했다"며 "유씨 일가에 대한 선정적 보도에 의해 세월호 실종자 수색 책임 관련 뉴스가 가려진 현실에 화가 난다. 언론이 앞장서 막장드라마 쓰는 느낌이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준웅 서울대 교수도 "박씨에 대한 지나친 보도는 문제의 본질을 흔들 수 있다"며 "사건의 책임을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터넷 문화의 확산으로 심각한 이슈에 대해서 재미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몰가치 성향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흉악범에 대한 일그러진 칭송도 이어질 거 같다"고 설명했다.

사실 범죄자를 칭송하는 팬클럽은 종종 개설되며 숱한 논란을 낳기도 했다. 1997년 탈옥했다가 1999년 검거된 신창원은 '일지매' '홍길동' '의적' 등으로 미화되며 당시 팬카페가 개설됐다. 2004년에는 연쇄살인마 유영철을 동경하는 팬카페가 개설돼 한차례 홍역을 치르고 폐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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