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사체로 발견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수사와 관련해 검경이 유 전 회장의 운전기사 역할을 한 양회정(46)씨의 행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 전 회장을 그림자처럼 수행해온 양씨는 수사망이 집중되자 유 전 회장과 함께 돌연 자취를 감췄다. 때문에 유 전 회장의 최후 행적을 밝혀 줄 유력한 인물로 검경이 보고 있는 것이다.

앞서 검찰이 5월 25일 유 전 회장이 머물던 별장 ‘숲 속의 추억’을 덮칠 당시 유 전 회장은 2층 통나무 벽 안 비밀공간에 숨어있었고 양씨는 별장에서 1km 떨어진 야망연수원에 머물고 있다 피신했다. 양씨는 검경이 송치재 휴게소 인근 식당까지 들이닥치자 야망연수원을 빠져 나왔고, 이어 새벽 3시20분쯤 EF쏘나타 승용차를 타고 전주 방향으로 혼자 도주하는 것이 고속도로 요금소 폐쇄회로(CC)TV에 잡혔다. 이후 양씨는 전북 전주의 한 장례식장에 나타난 다음 차량을 버렸다.

검찰 조사 결과 양씨는 전주에서 안성으로 가기 전 금수원에 있던 구원파 핵심 관계자 일명 ‘김엄마’ 김명숙 씨(59·여·수배 중)와 공중전화로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화 내역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크게 두가지로 추론할 수 있다. 유 전 회장과 양씨가 따로따로 도주했을 가능성과 함께 중간에 만났을 가능성이다.

김씨는 유 전 회장의 재산 보유 내용을 잘 아는 양씨가 검거될 경우 구원파 조직이 와해될 것을 우려해 양씨에게 도피 지시를 했을 수 있다. 이 경우 양씨는 유 전 회장과는 다른 동선으로 은신처를 옮겨 다니고 있을 수 있다.

또는 김씨가 유 전 회장의 신변 보호를 지시했을 수 있다. 이 경우 양씨가 도주하던 유 전 회장을 찾아가 사망 직전까지 동행했을 가능성이다. 이 경우 유 전 회장의 죽음과 양씨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을 지도 몰라 검경이 양씨의 행방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아직 유 전 회장이 도피자금을 갖고 있었는지, 있었다면 얼마를 들고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때문에 만일 유 전 회장 죽음이 타살로 밝혀질 경우 양씨가 유력한 용의선상에 오를 수 있다. 타살이 아닌 자살이나 자연사라 해도 유 전 회장의 도피자금이 실재했다면 이의 행방도 중요한 수사 단서다. 양씨가 유 전 회장을 끝까지 모셨다면 그의 신병 확보 여부에 따라 사건의 실마리가 단번에 풀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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