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성 교수 "사후 부패로 목과 몸통 분리될 수도"

"시신에서 알코올 검출되더라도 타살 증거 안 돼"

"자살인지 타살인지 자연사인지 밝히기 어려울 수도"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실로 들어가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추정 시신. (사진=서울경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정말 살해당한 것일까? 유 전 회장 시신이 목과 몸이 분리된 채로 발견돼 일각에서 타살 가능성을 제기하자 이윤성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는 “사후 부패에 의해 (몸과 몸이) 자연적으로 분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법의학계 권위자인 이 교수는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처럼 밝힌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정밀검사하면 목과 몸통이 생전의 손상 때문에 분리됐는지 사후의 부패 때문에 분리됐는지 쉽게 구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자연사했다면 그렇게 쉽게 건강하던 사람이 사망할 수가 있는 건가”라고 묻자 이 교수는 “물론 쉽지 않다”면서도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분(유 전 회장)의 나이가 73살이다. 2.3km 산길을 아마 황급하게 걸었을 것이다. 같이 간 사람이 있는지 혼자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이라면, 그리고 무슨 지병이 있었다면 그렇게 안전한 길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고령의 유 전 회장이 몸이 안 좋은 상황에서 급하게 도피하다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사회자가 “혼자 도망친 거라면 그렇게 혼자 험한 길을 다닌 적도 없을 것이고, 혼자 거리에서 밤에 누운 적도 없을 것이고 여러 가지 상황이 상당히 사람(유 전 회장)을 비정상적이고 어렵게 만들었을 거라고 보는 것인가?”라고 묻자 이 교수는 “그렇다. 굉장히 스트레스가 강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유 전 회장 시신 곁에서 소주병 등 술병이 발견돼 타살 의혹이 일고 있는 데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사회자가 “유 전 회장 사체를 검사해 알코올 반응이 안 나오면 빈 술병을 누가 일부러 갖다놓은 것이기 때문에 타살의 증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하자 이 교수는 “조직 검사를 하긴 하겠지만 술을 마시지 않아도 부패하면 알코올이 검출되기도 하기 때문에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로선 유 전 회장의 사인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자연사인지 밝히는 게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유 전 회장 시신이 발견된) 현장이 보존되지 않았고 유 전 회장이라는 의심을 (경찰이)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검사나 수사가 매우 지연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시신이 심하게 부패해 지문 감식이 불가능했다던 경찰이 우측 손을 냉동ㆍ건조한 끝에 검지 지문 채취에 성공한 데 대해서는 “지문 현출하는 방법이 매우 발달해서 옛날에는 못하던 걸 다 한다. 그런데 그 방법이 굉장히 어렵다. 솔직히 얘기하면 노숙자 사망자의 지문을 현출하는 마음가짐과 유 전 회장으로 생각되는 사람의 지문을 현출하는 마음가짐과 기술이 꼭 같으리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유 전 회장 사체를 행려병자나 노숙자의 시신으로 생각하는 바람에 지문 찾기에 소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DNA 검사와 지문 검사를 합치면 신원 확인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면서 전남 순천시 송치재 인근 매실밭에서 발견된 시신은 유 전 회장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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