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파 계열사의 스쿠알렌 빈병 1개, 막걸리와 소주병 3개, 유병언 책 제목과 같은 '꿈같은 사랑'이라는 인쇄가 적힌 천가방이 변사체와 함께 발견됐다. 사진=YTN 뉴스특보 방송화면
검찰 수사를 피해 달아난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이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이번 사건은 또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시신이 정말 맞는가에서부터 왜 혼자 밭에서 발견됐는가 하는 점과 도피 조력자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아들 등 다른 주요 도피자들은 어디에 있는지 등 남는 의문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전남지방경찰청은 지난달 12일 순천 송치재 휴게소에서 2.5km 가량 떨어진 매실밭에서 부패한 남성의 시신을 한 구 발견했으며 시신의 신원 확인을 위해 엉덩이뼈 일부를 떼어내 DNA 분석을 의뢰했다. DNA 분석결과 유씨의 친형 병일(75·구속)씨 DNA와 일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시신의 오른쪽 지문 확인 결과 유 전 회장의 것과 동일하고 DNA가 유 전 회장 형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일단 과학적으로는 시신이 유 전 회장이 아니라고 반박하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 한 법의학자는 “DNA조사 결과 자체는 정밀하고 신뢰도가 높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그러나 유 전 회장이 사회적으로 중대한 범죄용의자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정밀감정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서울에서 다시 정밀감정을 벌일 방침이다.

구원파 계열사의 스쿠알렌 빈병 1개, 막걸리와 소주병 3개, 유병언 책 제목과 같은 '꿈같은 사랑'이라는 인쇄가 적힌 천가방이 변사체와 함께 발견됐다. 사진=YTN 뉴스특보 방송화면
문제의 시신이 유 전 회장이 맞다면 왜 혼자 발견됐는가 하는 점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유 전 회장은 혈혈단신으로 도망다니지 않는다고 밝혀왔다. 특히 검찰은 유 전 회장이 미네랄 생수와 유기농 음식만 먹는 습관이 있기에 장기도피 도중이라도 반드시 도피 조력자들과 함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유병언은 지난 5월 25일 시신이 발견된 장소에서 가까운 순천 송치재에서 검찰 수사팀이 들이닥쳤을 때 운전기사와 신모 여인 등과 동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발견된 변사체는 혼자였고 주변에는 소주병과 막걸리병 등이 흩어져 있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유 전 회장은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의 장기도피를 도왔던 조력자가 있었다면 유 전 회장 곁에서 끝까지 함께 있다가 사망하자 시신을 버리고 그대로 도주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주변의 술병도 유 전 회장이 먹고 버린 것일 수 있고, 조력자가 버린 것일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유 전 회장과 함께 지명 수배됐던 장남 유대균씨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수행했던 도피 조력자들이 지금 어디에 은신해 있는 지도 궁금하다. 검찰과 경찰이 유대균씨를 계속 쫓을 것인지, 과연 대균씨는 계속 숨어다닐 것인지도 관심이 간다.

문제의 변사체가 발견된 때가 6월 12일이라면 변사체의 DNA조사 결과가 나오는데 무려 40일이 걸린 셈이다. 검경 수사팀은 당초 유 전 회장이 종교집단의 교주인데다 워낙 자기확신이 강한 사람이어서 도저히 자살이나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인물로 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의 시신에는 타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자살을 택했거나 심장마비 등으로 자연사했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은 독극물 주입 여부를 감정키로 했다.

구원파 계열사의 스쿠알렌 빈병 1개, 막걸리와 소주병 3개, 유병언 책 제목과 같은 '꿈같은 사랑'이라는 인쇄가 적힌 천가방이 변사체와 함께 발견됐다. 사진=YTN 뉴스특보 방송화면

시신이 유 전 회장으로 최종 확인되면 검찰은 유 전 회장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하고 수사를 종결할 가능성이 높다. ‘공소권 없음’은 수사기관이 재판을 청구하지 않는 불기소 처분의 한 유형이다. 통상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진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을 직접 경영한 사실이 확인되면 유 전 회장의 부실한 기업 경영이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유 전 회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이 사망해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진다면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직·간접적인 책임을 모두 물을 수 없게 된다. 자신의 죽음으로 회사와 가족은 어느 정도 지키는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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