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동헌 기자)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인 이건희(72) 삼성그룹 회장이 11일 입원 두 달째를 맞았다. 이 회장의 건강 회복 여부는 삼성그룹뿐 아니라 국내외적으로도 초 관심사다. 이는 곧 삼성의 미래와도 직결돼 있는데다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이 회장의 상태나 병실 분위기를 알아보기 위해 10일 삼성서울병원을 찾아갔다.

이 회장의 병실은 삼성서울병원 20층 VIP실에 있었다. 병원 입구 양측으로 나뉘어진 엘리베이터는 각각 홀수층과 짝수층으로 오르내리는 식으로 구분돼 있었다. 그러나 병원 안내데스크에서부터 이 회장의 병실을 어떻게 올라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한결같이 “알지 못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만큼 외부 인사의 출입을 막기 위한 철통 보안 속에 치료가 진행 중이다.

(사진=이동헌 기자)
혹시나 하는 생각에 짝수층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 버튼을 눌러봤다. 엘리베이터에는 다른 병실을 가는 간호사가 주사기와 약품 등을 들고 서 있었다. 눌려지지 않을 줄 알았던 20층 버튼에 예상외로 불이 들어왔고 엘리베이터는 그대로 올라갔다. 놀란 것은 기자뿐이 아니었다. 함께 타 있던 그 간호사도 “어머 20층에 올라갈 수가 있네”라고 말하며 짐짓 놀란 표정이었다. 이 간호사도 이 회장 병실이 있는 층이기에 통제돼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간호사가 중간에서 내린 뒤 기자 혼자 20층에 도착했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정면에 작은 소파가 놓여있고 여기엔 짙은 색 정장차림의 보안 요원 3명이 앉아 있었다. 소파 뒤에는 안을 들여다 볼 수 없게 만든 불투명한 유리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그 뒤에는 이 회장이 병실 침대에 누워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기자의 방문에 깜짝 놀란 보안 요원들이 자리에서 일제히 일어났다. 엘리베이터를 채 벗어나기도 전에 이들은 기자를 막아서고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다. “저 이건희 회장...” (용태를 취재하기 위해서) 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들은 “이곳에 오면 안 된다. 빨리 내려가라”며 기자를 황급히 엘리베이터에 다시 태웠고 한명의 보안 요원이 함께 탔다. 보안 요원은 “어디서 왔느냐, 개인적으로 왔느냐. 어떤 단체에서 왔느냐”고 묻더니 기자 신분을 확인한 뒤에는 “민감한 사안이라 더 이상 답해줄 수 없다”고만 말한 뒤 기자를 1층에서 내리게 했다.

(사진=이동헌 기자)

20층은 이 회장이 있는 독립된 병실 외에 손님접대 용 응접실과 병실과 분리된 방과 주방, 화장실이 모두 따로 있다. 20층 특실은 삼성가 직계나 정·재계 유명인사만 사용하며 이처럼 항상 보안 요원이 입구에 대기하고 있다. 때문에 이 회장을 진료하는 담당 의사들 외에 어떤 의사가 간호사들도 출입할 수 없다. 20층 병실엔 특실이 10여개로 평균 크기는 34평이다. 이 회장 병실 크기는 알려지지 않았고 20층에 다른 환자도 있는지조차도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이 회장 치료에 병원 전체가 매달리다시피 할 것을 감안하면 현재 20층 전체가 이용될 것이란 추측을 할 수 있다.

다른 통로를 찾아봤다.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바로 연결되는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다고 하는데 이도 역시 일반인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되고 있었다. 가족과 일부 삼성 관계자들에게만 출입이 허용되고 있다. 특실 병동은 19층과 20층 2개 층인데 19층부터는 철통 보안이 유지되는 상태였다.

이 회장은 5월11일 새벽 막힌 심혈관을 넓혀주는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고서 보름 만에 혼수상태에서 회복됐고 심폐 기능도 정상을 되찾았다. 손발을 조금씩 움직이고 쳐다보면 눈을 맞추는 등 간단한 외부 자극에 반응도 하고 있으나 여전히 의사소통은 할 수 없고 사람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식 회복이 더디지만, 자극에 대한 반응이 강해지는 등 미세한 차도를 보이고 있는 데 삼성 측은 희망을 걸고 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이준 커뮤니케이션팀장은 9일 “안정된 상태에서 서서히 회복 중”이라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들도 이 회장에 대한 용태를 묻는 질문에는 모두가 “삼성 측 브리핑과 같다.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는 것 외에는 밝힐 수 없다”고만 답했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이 병상에 누운 지 2개월째지만 별도의 경영 대책이나 시스템 전환 없이 평소와 다름없는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일상적인 업무는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과 계열사 경영진이 협의해 처리하고, 중요한 의사 결정이 필요할 때는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병원과 회사를 오가며 주요 업무를 챙기고 있다. 이 회장의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서 각종 억측이 나돌고는 있지만 현재까지 병실과 의료진 분위기는 차분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적어도 급박한 상황만큼은 피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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