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3℃ 상승, 범죄율 4% 증가…폭행·살인 여름철 집중

전국 '여름 파출소' 운영으로 각종 범죄 예방 효과 노린다

푹푹 찌는 찜통더위에도 다가오는 방학과 여름휴가에 학생과 직장인은 내심 기쁘지만 경찰들은 여름이 달갑지 않다. 여름철에는 각종 범죄가 더욱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에는 청소년 가출 신고와 탈선 범죄가 급증한다.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여유 시간이 많아지자 무리 지어 다니며 범죄 행각을 벌이고 날이 추운 겨울에 비해서도 가출 사건이 더욱 잦아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먼저 덥다고 문을 열어 놓고 잠을 자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10일 무더위에 문을 열어 놓고 잠든 집에 주인 몰래 침입해 절도 행각을 벌인 혐의로 김모(38) 씨가 구속됐다. 서울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23일 새벽 3시쯤 문을 잠그지 않은 강동구의 주택에 침입해 현금과 스마트폰 등 77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21회에 걸쳐 모두 1,48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김 씨는 여름철 열대야 때문에 문을 열어 놓고 잠그지 않는 가구들만 범행 장소로 택했다. 김씨뿐 아니라 여름철 문이나 창문을 열어놓고 잠을 자거나 외출했다가 여기를 통한 절도 범죄 신고가 경찰에 적지않게 들어오고 있다.

일부 청소년들에게도 여름은 범죄의 계절이다. 지난해 7월 8일 19살인 심모 군은 경기도 용인의 한 모텔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김모(17)양을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목 졸라 살해했다. 심군은 김양의 시신을 엽기적인 방법으로 훼손한 뒤 모텔 화장실 변기에 버리고, 일부는 자신의 집 장롱 안에 숨겼다. 지난달 15일에는 서울에 살고 있는 여자 친구를 만나려고 대전에서 차를 훔친 뒤 무면허 운전한 10대들이 붙잡혔다. 경찰의 “갓길에 세우라”는 지시도 무시하고 김포공항 방향으로 달아나던 청소년들은 위험천만한 추격전을 벌이며 속력을 냈다. 고작 16세에 불과한 운전자 문모군과 3명의 동승자는 특수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여름방학을 전후해 가출하거나 탈선 행각을 벌이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여름철 열대야는 '홧김에' 저지르는 우발적 강력범죄까지 증가시킨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6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75% 이상의 높은 불쾌지수를 기록한 날이 많다. 이 때문에 여름에는 사소한 말다툼이 폭행이나 살인 사건으로 이어진다. 실제 기온이 약 3도가량 높아질 때마다 범죄율이 2-4% 증가한다는 통계도 있다. 층간 소음으로 이웃집에 불을 지르고 일가족 6명을 살해하려던 사건, 술을 마시다 친구가 휴대폰 액정을 깨트리자 흉기로 찌른 사건, 사소한 말다툼을 벌이다 홧김에 동거녀를 죽인 사건, 울산시 중구 다세대주택 자매 살인사건, 의정부역 묻지마 흉기 난동 등 각종 강력 범죄는 7~8월에 집중됐다.

더위에 여성들의 옷차림 또한 가벼워지다 보니 성범죄에 대한 위험도 높아진다. 최근 대검찰청이 발표한 '계절별 범 죄발생 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성범죄 전체 2만 1,364건 중 7~9월 여름철 성범죄가 6,697건으로 32%를 차지했다. 특히 더위가 일찍 시작되면서 해마다 6월 범죄가 0.8%씩 증가했다.

이처럼 여름 더위를 틈타 각종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탓에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관내 한강시민공원 여의도지구와 양화지구, 선유도공원 등 3개소에 여름파출소를 운영하고 있다. 또 전국의 해수욕장은 물론 인천시·강원 원주시 등 지자체마다 여름 무더위 범죄에 대비한 여름파출소를 늘리는 추세다. 경찰 관계자는 "하절기에는 계절적 요인으로 절도 및 성범죄가 증가돼 맞춤형 예방활동을 진행 중"이라며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간대와 장소에 인력을 집중 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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