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서울 지역에 많게는 140㎜가 넘는 폭우가 내리자 강남역 하수구에서 빗물이 역류해 발목까지 차오르는 등 '물바다'가 됐다. (사진=방송화면 캡처)
갑작스럽게 내린 폭우로 2일 오후 10시경 서울 홍대입구역 지하 1층 대합실이 침수된 가운데, 매년 장마철 상습적으로 침수되는 지역이 적지 않아 서울시민의 안전이 우려된다.

매년 장마 때면 물난리를 겪는 강남역은 인근 역삼역보다 30m 정도 낮은 저지대인 만큼 폭우에 취약하다. 배수관 시설이 30년 전에 건설돼 현재 게릴라성 폭우를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인 것도 문제다. 서울시는 현재 설계용역을 통해 수로 개선, 빗물저류조 설치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내년 초 설계가 마무리되는 만큼 이번 장마에는 물난리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난달 22일 서울 지역에 많게는 140㎜가 넘는 폭우가 내리자 강남역 하수구에서 빗물이 역류해 발목까지 차오르는 등 '물바다'가 됐다.

광화문 일대도 빼놓을 수 없는 상습 침수지역이다. 전문가들은 광화문 일대를 지나는 백운동천의 통수능력이 부족하고 광화문역, 경복궁역 'ㄷ'자형 관거 문제까지 있어 침수가 일어난다고 분석한다. 경관에만 치중한 광화문광장도 문제로 꼽힌다. 감사원은 근본적인 침수에 대한 대책 없이 조경을 위해 꾸며진 광화문 광장 때문에 침수피해가 일어난다고 보고 있다. 시는 이동식 홍수방지벽을 설치해 도로의 빗물이 이면도로로 유입되는 것을 최소화 해 피해를 막는다는 계획이다.

강남역과 마찬가지로 지난달 22일 사당역도 일부 도로가 침수되는 등 물난리가 났다. 사당역은 인근 이수역과 방배역보다 지대가 낮아 빗물이 모이는데, 사당천으로 빗물을 빼는 하수관거에 물이 쏠리면서 역류 현상이 나타난다. 사당역은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는 비율인 불투수율이 90% 이상에 달한다. 도시화를 위해 마구잡이식 개발을 한 결과다. 시는 남태령 방향에서 쏟아지는 빗물을 최대 6.3만t까지 모아둘 수 있는 임시저류조를 활용하고, 지하주택 밀집지역인 사당 1동으로 빗물이 흘러가지 않도록 '자동도로 물막이판'을 활용할 예정이다.

양천구 신월동은 지대가 낮고 배수가 늦어 상습적으로 침수가 일어나는 곳이다. 장마철마다 신월동 지역 지하주택 4,700가구, 상가ㆍ공장 1,300곳 등이 침수 우려를 하고 있다. 시는 화곡동 가로공원길∼곰달래 공원∼신정동∼신월동을 거쳐 목동 빗물 펌프장에서 안양천으로 빗물을 방류할 수 있도록 지난 5월 대심도 빗물 저류배수시설 사업에 착수했다. 대심도 빗물저류시설은 지하 40∼50m 깊이에 대규모 관을 묻어 홍수 때 일시적으로 빗물을 저장한 후 비가 잦아들면 배출하는 형태로 도심 침수 등을 방지할 수 있다. 신월동 외에도 상습 침수지역인 강남역, 광화문, 사당역 일대 등에도 대심도 빗물저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전문가들은 "장마를 앞두고 이들 지역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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