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아이 혼내려 집 밖에 세워둔 엄마 기소유예 처분
학대와 훈육 경계선 모호… 전문가 "사회 인식 변화 중"

지난 3월 7일 A(42·여)씨는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11)이 집에 늦게 들어오고 말도 잘 안 듣는다는 이유로 집에서 내쫓았다. 아들은 한참 동안 집 대문 앞에 서 있어야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아들의 옷을 모두 벗긴 뒤 집밖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반복된 A씨의 아들에 대한 학대 행위에 대해 보다 못한 이웃이 경찰에 신고했고 A씨는 법의 심판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검찰은 처벌은 과하다고 판단해 기소유예 처리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서봉규 부장검사)는 19일 "A씨가 조사에서 훈육 방법이 잘못됐다고 인정했고 아들과 함께 민간 심리치료센터에 다니는 등 가정을 잘 꾸리려는 점을 고려했다"면서 "피해 아동의 교사로부터 자문을 구한 결과 처벌보다는 가정을 잘 꾸리도록 돕는 편이 더 이익이라는 결론은 내렸다"고 밝혔다. 검찰은 A씨에게 가정법률상담소에서 상담을 받고 예술심리치료를 병행하라는 조건도 붙였다.

A씨의 아동학대는 인정되지만 잘못된 훈육 방법에 따른 것이라고 치부한 것이다. 그렇다면 자식에 대한 체벌 등의 훈육과 학대와의 경계선은 어디일까라는 물음이 제기된다.

홍창표 중앙아동보호기관 팀장은 “검찰, 경찰, 정부, 국민을 비롯해 각 국가까지도 학대에 대한 관점과 판단이 다르기 때문에 훈육과 학대의 경계는 굉장히 모호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당사자뿐 아니라 어느 누군가의 기준에서 아이에게 가하는 행위가 아동학대로 보이면 그건 훈육이 아니라 학대”라고 말했다. 관점은 다르지만 아무리 훈육이라 해도 피해 아이나 다른 누군가에게는 폭력으로 여겨지면 그것은 학대라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특수성도 학대와 훈육의 경계선을 더욱 모호하게 만드는데 한 원인이다. 많은 교육학자들이 아이의 훈육에는 체벌보다 칭찬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에는 유독 ‘사랑의 매’ 같은 사상이 진하게 남아있다. 그러다보니 피해 아이들도 체벌을 학대로 연결지어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짙다.

이와 관련 홍 팀장은 “결국 아동학대에 대한 전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이 관건”이라며 "국민의 의식이 바뀌여야 하고 수사 당국도 이 문제에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아동학대가 훈육이란 명목으로 자행되는 일들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조사결과 지난해 공식 보고된 아동학대는 총 6,796건이다. 2012년의 6,403건보다 393건이나 늘었고 2,105건으로 집계된 2001년에 비하면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아동학대 가해자는 부모가 80%이상이었고 학대 장소 역시 피해 아동의 가정이 79.6%를 차지했다. 학대 빈도는 '거의 매일'이 38.7%, '2~3일에 한 번'이 15.4%로 집계됐다.

정부는 9월27일부터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는 아동학대 사건 발생 초기부터 수사기관과 가정법원이 개입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은 물론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도 처벌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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