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 H보험사에서 출시하는 성폭력 상품을 놓고 한국성폭력상담소를 비롯한 여성단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예기치 못한 일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놓고자 드는 것이 보험이지만, 성폭력을 예상해 이에 대한 보험을 미리 들어 놓으라고 하는 점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딘가 개운치 못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정신적 피해 수준을 파악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보험회사가 정한 요율에 따라 성폭력에 대한 보험금을 받아야 하는 점도 사회 통념과는 괴리가 있다. 특히 보험사에 피해 사실을 진술할 때에는 피해자의 신분이 노출되는 문제도 있다.

최지나 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대부분의 여성단체에서 성폭력 피해를 보장한다는 보험상품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성폭력 피해는 돈으로 환산할수 없는 문제인데 이에 대해 미리 보상금액을 정해놓는 것 자체가 어이없는 행태"라고 말했다.

여성단체들은 조만간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공동으로 기자회견 등을 가질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성폭력마저 보험 상품이 되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논란도 있다. 백영경 방송통신대 문화인류학 교수는 "성폭력 피해자를 보험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전례 없던 일이라 다른 나라에도 이런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해 보험을 출시했을 텐데 단점만 가득한 상품"이라고 밝혔다.

H보험사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H보험사 관계자는 "보험 상품이란 대개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이번 상품도 그런 취지에서 만든 것"이라면서 "순기능적인 측면도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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