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연예흥행비자 입국 이주민 인권 실태조사
공연단 입국 뒤 유흥업소의 성접대 강요 당하기도

국가인권위원회가 16일 연예흥행비자(E-6)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상황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다.(사진=데일리한국DB)
국가인권위원회가 국제적 망신거리인 한국의 연예흥행비자(E-6)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상황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다.

인권위는 16일 연예흥행비자(E-6)로 입국한 이주민에 대한 성매매와 인신매매 등의 인권 침해 실태조사 연구용역 재입찰 공고를 했다. 인권위는 이 비자를 받고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 상당수가 성매매와 인신매매 등의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에 따르면 2011년 3,082명, 2012년 3,495명, 2013년 4,368명이 E-6 발급을 받았다. 지난해 말 현재 E-6 소지 이주민은 4,940명으로 파악됐으며 이들 가운데 1,504명이 불법 체류자 신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E-6 발급을 받은 외국인 여성을 국가별로 보면 필리핀이 1,441명, 중국이 313명, 우크라이나가 150명이다.

이들 여성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공연단 등으로 입국한 뒤 술접대와 성접대 등을 강요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아예 처음부터 성매매 등을 통한 돈벌이를 목적으로 비자를 발급받기도 한다. 일부 유흥업소는 외국인 공연단원에게 당초 계약보다 낮은 금액을 공연료로 지불하고, 술접대 시간을 계산해 일종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식으로 성접대와 성매매를 강요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성매매 돈벌이를 목적으로 입국한 E-6 소지 이주민들은 입국 후 곧바로 주요 도시 유흥업소나 미군기지 주변 유흥업소로 직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연예기획사나 유흥업소에 속아 성접대를 강요당한 경우도 경찰조사에서 드러났다. 충남지방경찰청은 지난해 7월 1일 필리핀 현지 브로커로부터 가수 지망생 A(27·여)씨를 소개받아 한국에서 가수를 시켜주겠다고 속여 입국시킨 뒤 유흥주점에 팔아 넘긴 혐의(인신매매 등)로 연예기획사 대표 고모(42)씨를 구속했다. 고씨 등은 이 필리핀 여성에게 "2차를 나가지 않으면 매일 성관계를 하는 술집으로 보내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내 E-6 소지 이주민 인권 침해 실태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2011년 한국의 E-6 소지 여성의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해 연예기획사와 성매매 착취 등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를 세울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E-6의 경우 문화관광부 산하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법무부에서 발급하고 있으나, 해당 비자 신청자의 이력과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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