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연합뉴스) 무면허 음주운전을 만류하는 아내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한 뒤 단순 교통사고로 위장하려한 남편이 경찰의 끈질긴 수사에 덜미를 잡혔다.

충북 영동경찰서는 술을 마신 채 무면허 상태로 화물차를 몰다가 부인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A(63)씨를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월 4일 오후 7시 50분께 영동읍 오정길 자신의 집 앞에서 음주운전을 만류하는 부인(58)을 1t 봉고 화물차로 치어 숨지게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0.037%였다.

김씨는 사고 직후 경찰에서 "병원에 약을 받으러 가기 위해 차량을 몰고 집을 나서다가 실수로 아내를 친 것 같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단순 사고로 보기에는 피해자의 신체 훼손이 심하고, 사고현장에 급가속한 타이어 흔적이 있는 점 등을 이상하게 여겨 고의적인 사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나섰다.

A씨는 그동안 무면허 운전으로 9차례 적발된 전력이 있다.

또 여러 차례 부인을 폭행해 병원치료를 받게 하는 등 가정폭력도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차량과 도로 위에 남은 핏자국의 형태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 분석 결과를 토대로 A씨가 몰던 차량이 후진하면서 부인을 쳐 쓰러뜨린 뒤 9m가량 밀고 갔고, 다시 전진하는 과정에서 5m를 끌고 간 것으로 확인했다.

후진할 때는 급가속한 흔적도 발견됐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사고 차량의 앞바퀴가 피해자의 신체를 여러 차례 넘어서면서 두개골 등 수십 군데가 골절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A씨가 고의로 부인을 살해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A씨는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직접적인 살해 증거나 목격자는 없지만, 시신의 훼손 상태 등으로 미뤄볼 때 범행을 입증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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