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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노스 동화] 키 크는 땅콩
  • 기자 승인시간승인 2018.08.03 09:17
차관급 출신 고위 공직자가 들려주는 아름답고 맛깔스러운 사랑과 사람 이야기아이들을 위한 동화와 어른들을 위한 단편, 시리즈로 연재
  • [사진=미노스 제공]
미노스 단편 및 동화를 연재합니다.

대화보다 스마트 폰의 일회용 이야기에 열중하는 젊은 세대, 시간이 갈수록 멀어지는 가정과 가족, 부서지고 쪼개져 무너져가는 세대간의 이해와 소통. 모두가 고독으로 내몰리는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럴때 일수록 온 가족이 함께 읽는 따뜻한 이야기가 그립고 필요하다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집니다. 데일리한국은 이같은 취지로 미노스의 특선 단편과 동화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미노스의 아름답고 맛깔나는 동화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한 여름 무더위 속에서 다시 동심으로 돌아가 아름다운 사랑과 감동을 찾아내고 느끼실 수 있을 것 입니다. 미노스는 차관급 고위 공직자에서 동화 작가로 변신한 최민호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의 필명입니다. <편집자 주>


키 크는 땅콩

지안이는 요즘 아무 재미가 없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눈물이 난답니다. 아빠를 볼 수 없기 때문이예요.

“아빠. 아빠...어디 갔어. 엉엉...”

얼마 전에 아빠가 군에 가셨다는 것이예요. 지안이는 아빠가 가셨다는 군이 무엇이지 몰라요. 그리고 아빠가 왜 군에 갔는지도 몰라요. 그저 아침에 일어나면 맨 먼저 지안이를 안고 뽀뽀를 해주던 아빠가 없어서 슬프기만 할 뿐이랍니다.

지안이가, 아빠가 없어 너무 슬퍼한다는 말을 들으셨는지 어느 날 미노스 할아버지가 지안이 집에 오셨어요. 할아버지가 오시니 지안이는 매우 반가웠어요.할아버지는 늘 신기하고 좋은 선물을 주시거든요.

“미노스 할아버지! 할아버지, 어서 오세요.”

지안이는 문 앞에서 할아버지께 반갑게 인사하고 얼른 할아버지 품에 안겼어요.

“어디 보자. 우리 지안이. 오, 지안이가 많이 컸구나. 지안이가 아빠가 없어서 슬프다면서...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러 왔단다.”

미노스 할아버지는 지안이를 꼭 안아주시면서 호주머니에서 땅콩을 한 주먹 꺼내 주셨어요.

“어머, 땅콩이다. 좋아요. 좋아요.”

너무 기뻐했어요. 지안이는 고소하고 맛있는 땅콩이 좋거든요.땅콩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지안이에게 미노스 할아버지가 한쪽 눈을 찡긋하셨어요.

“이 땅콩은 아주 재미있는 땅콩이란다. 이따가 밤에 혼자서 깨보거라”

하셨어요. 땅콩은 노랗고 단단한 깍지 집에 살고 있어요. 삼형제가 나란히 사이좋게 살고 있죠. 삼형제 똑같이 예쁜 옷을 입고 있어요. 땅콩이 옷을 벗으면 지안이하고 똑같은 피부가 나와요. 뽀얗고 매끄러운 살갗이 너무 예뻐서, 아빠는 땅콩을 보면 늘 지안이 닮았다고 했어요.

밤이 되었어요. 지안이는 미노스 할아버지가 주신 땅콩을 한 주먹 가득 꺼냈어요. 그리고 그 중의 땅콩 깍지 하나를 딱! 하고 깼어요.

‘떼구루루..’

깍지를 깨자마자 땅콩 삼형제는 집에서 재빠르게 굴러 나왔어요. 깍지에서 나오자마자 삼형제는 계속 방안을 굴러 다니기 시작했어요. 지안이가 삼형제를 잡으려 해도 떼구루루 굴러 다니는 땅콩 삼형제를 잡을 수가 없었어요. 땅콩은 어찌나 빨리 온 방안을 굴러다니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삼형제는 달리기 선수였어요.

지안이는 또 다른 땅콩 깍지를 딱! 하고 깼어요.또 땅콩 삼형제가 집에서 뛰어 나왔어요.그런데 이번 삼형제는 깍지에서 나오자마자, 폴짝폴짝 하늘로 뛰는 거예요. 한 땅콩은 폴짝 지안이 눈만큼이나 뛰어 올랐어요. 이번에는 높이뛰기 삼형제가 나왔네. 하하하...지안이는 폴짝폴짝 뛰어오르는 땅콩을 보니 참 재미있었어요.

한 땅콩 삼형제는 ‘떼구루루’ 구르면서 놀고, 또 한 삼형제는 ‘폴짝폴짝’ 뛰면서 놀고, 땅콩 형제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었어요.하지만 땅콩 형제들이 하도 뛰는 바람에 지안이는 정신이 없었어요.

또 땅콩 깍지를 딱! 하고 깼어요. 땅콩 삼형제가 깍지에서 뛰어 나왔어요. 그런데 이번 삼형제는 방안을 씽씽씽씽 미끄러지며 달리는 거예요. 마치 롤라 스케이트 선수 같았어요.

온 방안이 땅콩 형제들의 운동장이 되었어요.떼구루루, 폴짝폴짝, 씽씽씽씽.땅콩 형제들은 신나게 놀고 있었어요. 땅콩들이 뛰면서 노는 것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어요. 지안이는 땅콩을 딱! 딱! 계속 깼어요. 그럴 때마다 계속 깍지 속에서 땅콩 삼형제들이 우루루루 쏟아져 나오면서 저마다 떼구루루, 폴짝폴짝, 씽씽씽씽 정신없이 달리는 거예요. 땅콩들이 하도 활발하게 놀아서 지안이도 재미있었지만, 방안에서 수많은 땅콩들이 어지럽게 노는 것을 보니, 지안이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요.

딱! 하고 지안이는 마지막 땅콩 깍지를 깼어요.이번에는 땅콩깍지 속에 외톨이 땅콩이 혼자 앉아 있다가 방바닥에 똑! 떨어졌어요. 땅콩은 떼구루루 구르지도, 폴짝폴짝 뛰지도, 씽씽씽씽 미끄러지지도 못하는 땅콩이었어요.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어요. 지안이는,

“너는 무슨 운동선수니?”

하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땅콩이 지안이에게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이었어요.

“응. 나는 운동선수가 아니야. 나를 손바닥 위에 올려줘. 그러면 나는 키가 크기 시작해, 나는 키 크는 땅콩이란다.”하는 것이었어요.

“키 크는 땅콩이 뭐야?”

“응. 키 크는 땅콩은 땅콩 깍지 속에 있다가 손바닥에 올려지면, 키가 무럭무럭 자라는 땅콩이야. 한번 볼래?”하는 것이었어요.

지안이는 땅콩을 손바닥 위에 놓고 어떻게 키가 크나 보았어요. 지안이 손바닥이 간지러웠어요. 손에 있던 땅콩이 조금씩 키가 자라나고 있었어요.

쑥쑥쑥쑥.

무럭무럭 자라더니 땅콩은 어느새 지안이 손가락만큼 자라는 것이었어요. 지안이는 놀라서 얼른 땅콩을 방 바닥위에 오똑 세워 놓았어요. 키 크는 땅콩은 넘어지지도 않고 방바닥 위에 똑바로 섰어요. 그러더니 땅콩이 지안이에게 이렇게 당당하게 말을 하는 거예요.

“나는 대장땅콩이야. 땅콩들을 훈련시키고 가르치는 대장땅콩이란다.”

그러더니 대장땅콩은 이제까지 방안에서 떼구루루, 폴짝폴짝, 씽씽씽씽 제 각각 정신없이 놀고 있는 땅콩형제들을 향해 큰소리로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차렷!”

그때였어요.정신없이 뛰놀던 땅콩들이 일제히 차렷하고 멈추더니 대장땅콩의 말을 듣는 것이었어요.

“앞으로 나란히!”

하고 대장땅콩이 명령했어요.땅콩들이 일제히 움직이더니 마치 병정들 같이 가로 세로 줄을 맞추어 반듯이 서는 것이었어요. 움직이는 땅콩은 아무도 없었어요.대장땅콩이 다시 한 번 소리쳤어요.

“앞으로 갓!”

그랬더니 땅콩들이 줄을 맞추어 팔을 흔들며 일제히 행진을 시작했어요.

“우향우! 좌향좌! 뒤로 돌아 갓!”

땅콩들은 모두 대장땅콩이 명령하는 대로 움직였어요.

  • [삽화=서동주]
그러더니 대장땅콩이

“노래 시작!”

하자 땅콩들은 소리 높혀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나가자!’

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줄맞추어 행진을 시작하였어요.다음에는 더욱 재미있는 모습이 나타났어요. 대장땅콩이,

“동그라미!” “네모!” “세모!”

하고 외칠 때마다 땅콩들은 각자 몸을 움직여 줄을 맞추어 동그라미도 만들고, 네모도 만들고, 세모도 만드는 것이 아니겠어요?지안이가 좋아하는 사랑의 하트모양도 만들고요, 엄마가 좋아하는 나비 모양도 만들고요. 땅콩형제들은 못 만드는 모양이 없었어요.병정들이 행진하듯 방안에서 여러 모양을 만드는 땅콩들을 보니 신기해서 시간가는 줄 몰랐어요. 지안이는 너무 재미있었어요.대장땅콩이 소리쳤습니다.“쉬엇!”

그러자 땅콩들은 일제히 멈추어 쉬는 것이었어요.정신없이 각자 놀던 땅콩들은 떠들고 소란 떠는 법이 없었어요. 키 크는 대장땅콩이 나오고부터는 지안이는 안심이 되었어요. 정신없이 각자 뛰면서 떼구루루, 폴짝폴짝, 씽씽씽씽 뛰어 돌아다니는 땅콩형제들을 볼 때,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거든요. 이 걱정을 대장땅콩이 한꺼번에 싹 가셔 주었어요. 지안이는 키 크는 대장땅콩이 고마웠어요. 지안이는 손바닥 위에 대장땅콩을 올려놓고 말했습니다.

“고맙다. 대장땅콩아. 네가 있어서 땅콩들이 질서를 찾았어. 정신없던 방안이 조용해졌단다. 네가 없었다면 방안이 어떻게 되었을까? 정말 고마웠어. ”

대장땅콩은 수많은 땅콩 중에 하나 밖에 없었어요. 만일 대장땅콩이 나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지안이는 대장땅콩을 찾아서 꺼낼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고 생각했어요. 땅콩들 하고 놀다 보니 지안이는 졸리워졌어요. 지안이는 대장땅콩을 땅콩깍지 속에 다시 넣고, 그리고 지안이가 아끼는 보물만 넣어두는 비밀 보물상자 서랍에 넣었습니다. 대장땅콩이 너무도 소중하고 중요한 보물땅콩이었으니까요. 지안이는 스르르 잠이 들었답니다.

지안이는 꿈을 꾸게 되었어요. 땅콩들이 나오는 꿈이었어요. 떼구루루 구르는 땅콩, 폴짝폴짝 뛰는 땅콩, 씽씽씽씽 달리는 땅콩들이 방안 가득히 돌아다니는 꿈이었어요. 하늘에서도 땅콩이 마구 떨어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땅콩들은 모두 총을 들고 복장이 서로 다른 두 패로 나뉘어 싸우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땅콩들은 서로 총을 쏘아대며 싸웠어요. 총소리가 콩 볶듯 방안에 가득하고, 지안이가 아끼는 물건들이 넘어지고 깨져서 엉망이 되고 있었어요. 어느 편이 이기는지 알 수 없었어요. 지안이는 너무도 무서워서 책상 밑에 숨어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싸움은 더욱 더 치열해져갔습니다. 이때였어요. 책상 서랍 속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왔어요.

“지안아. 지안아...나 좀 꺼내줘.”

지안이는 얼른 서랍을 열었어요. 바로 보물상자에 넣어둔 대장땅콩이 말하고 있었던 것이었어요.지안이는 얼른 대장땅콩을 손에 올려 좋았어요. 대장땅콩은 키가 쑥쑥 쑥쑥 자라났습니다. 그러더니 큰 소리로 싸우고 있는 땅콩들에게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차렷! 동작 그만! 나를 따르라!”

하는 것이었어요. 대장땅콩이 외치자 땅콩들은 두 편으로 갈라졌어요. 대장땅콩 앞에 줄을 선 땅콩들은 모두 대장땅콩의 말을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정렬. 사격개시. 돌격 앞으로!”

대장땅콩이 명령을 하자 땅콩들은 줄을 착착 맞춰 움직이며 다른 편 땅콩들을 공격하였습니다. 대장땅콩이 나오자, 땅콩들의 싸움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대장땅콩이 지휘하는 땅콩들은 손발을 척척 맞춰 서로를 도와가며 다른 땅콩들을 모두 이겼습니다.

싸움이 끝났습니다. 방안이 조용해졌습니다. 지안이는 안심이 되었어요. 큰 숨을 내쉬었습니다. 대장땅콩이 고마웠어요. 대장땅콩이 이렇게 훌륭한 일을 하는 줄 몰랐습니다.

“대장땅콩아. 고맙다.”

지안이가 고맙다고 말을 하면서 대장땅콩을 보았을 때, 지안이는 깜짝 놀랐어요. 대장땅콩의 얼굴이 아빠의 얼굴이었던 거예요.

“어, 아빠, 아빠...”

지안이는 아빠가 보고싶어 목이 메었습니다. 이때, 대장땅콩이 말했습니다.

“지안아. 지안아. 아빠는 지금 군에서 군인들을 훈련시키고 지휘하는 군인이 되었단다. 군인은 지안이 같이 착한 어린이와 사람들을 지키는 사람이란다. 아빠는 언제든지 지안이가 부르면 달려 나가 키가 쑥쑥 자라는 대장땅콩이 되어 지안이를 지켜줄 것이니까, 아빠가 집에 갈 때까지 울지 말고 엄마 말 잘 들어야 한다. 알겠지?”

하는 것이었어요. 지안이는 대장땅콩을 가만히 손에서 내려놓았어요. 그리고 꿈이 깨었답니다.

꿈을 깬 지안이는 서랍 속의 대장땅콩을 얼른 꺼내 보았어요.대장 땅콩은 그대로 있었습니다. 이상한 꿈이었어요. 그렇지만, 지안이는 곰곰 생각했습니다. 아빠가 보고 싶었지만, 울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지안이 아빠는 대장땅콩이 되려고 군에 가셨으니까요. 대장땅콩의 딸이 울면 되겠어요?지안이는 아빠가 왜 군에 가셨는지 알게 되었어요.착한 사람들을 지키러 가신 것이었어요. 고마운 대장땅콩이 되러 가신 것이었어요.

미노스 할아버지가 땅콩을 선물로 주신 후부터 지안이는 아빠가 보고 싶어도 울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대신 할아버지가 주신 보물상자 속의 대장땅콩을 아침마다 꺼내본답니다.

“키 크는 대장땅콩아. 늘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 우리를 지켜줘야 한다. 알겠지?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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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8/03 09:17:52 수정시간 : 2018/08/06 11: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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