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향한 키워드로 '생존자' '발전도상인' '과제중심형' 제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사진=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유튜브 캡쳐)
[데일리한국 김제완 기자=대선취재팀] 유시민 전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1년 8개월 만에 정치 논객으로 복귀했다. 정치 비평가로 활동을 재개한 첫 화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다.

유 전 이사장은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재명을 말한다’를 주제로 약 50여 분간 진행자와 대화를 나눴다.유 전 이사장은 특히 이재명에 대해 '생존자', '발전도상인', '과제중심형'의 3개 키워드로 분석했다.

유 전 이사장은 이재명 후보를 평가하며 ‘한 인간으로서의 생존자’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러면서 "진짜 문제가 심각하게 있으면 못 살아남는다"며 "이런저런 작은 오류는 있었을지 모르나 정치적 생존을 위태롭게 할만큼의 하자나 이런 것들은 없었던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이 후보는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시골 화전민 가정에서 살았고, 18살까지는 소년 노동자로 일하며 산업재해도 여러 번 당해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상해를 입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인생을 살았다”고 했다. 이어 “대학에 진학해 공부를 한 이유도 ‘생존’ 하기 위함이었고, 성남시장이 돼서 수사도 많이 받고 기소도 당하며 정치적으로 지난 10여년 동안 사실상 생존자에 가까운 경로를 거쳐왔다”고 말했다.

유 전 이사장은 또 다른 키워드로 이 후보를 ‘발전도상인’이라고 했다. 근대화가 더딘 나라를 말하는 발전도상국과 유사한 의미로, ‘國(나라)’ 대신 ‘人(사람)’을 붙인 것이다. 나라만 발전하는 게 아니라 개인도 발전해가는 사람이 있다는 게 유 전 이사장의 분석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후보는 정치인으로서 완성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 전 이사장은 “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은 대부분 완성형이었다. 완성형이라 함은 (후보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투표한 게 아니라 그대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뽑은 대통령을 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완성형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발전도상인’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 후보가 여전히 지금보다 나은 모습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과제 중심형’ 키워드도 꼽으며 이 후보의 이른바 ‘실행력’을 강조했다. 그는 “그간 민주당 계열 대통령들은 사고방식이 ‘가치 중심’이었다. 추구해야 할 최고 가치를 우선 세운 후에, 그에 다가서기 위해 이뤄야 할 과제를 설정하고 정책 수단을 선택하는 방식”이었다며 “이 후보는 이것과는 아주 다르다. ‘가치’에서 출발해 총론에서 각론으로 내려가는 방식이 아니고, 그냥 각론을 바로 들고나온다”고 짚었다. 유 전 이사장은 이를 설명하며 이 후보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 중·고등학교 신입생 무상 교복 지원 사업, 계곡 정비 등의 정책을 예로 들었다.

한편 유 전 이사장은 지난해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어느 정치적 발언도 하지 않는 완전한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 평론을 사실상 그만둔 셈이었다. 그러나 대선 국면을 맞아 침묵을 깬 유 전 이사장은, 올 연말부터 한 방송에 고정 패널로 출연 계약을 맺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다만 이러한 행보가 제도권 정치로의 복귀나 이재명 선거대책위원회 등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유 전 이사장은 “오늘 출연에 관해 이재명 캠프와 아무 소통이 없었다”며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 캠프에 속한 적도 없었고, 선대위에 속해 있지도 않고 앞으로도 있지 않을 것은 물론, 이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도 정부의 어떤 직책도 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제완 기자=대선취재팀 kjw@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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