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장 치른 노태우와 달리 가족장으로 장례 치를 듯

여야 대선주자들 및 지도부도 비판…"죽음조차 유죄"

국민의힘 당대표 차원 조화만…"조문은 개인적 판단"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한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신촌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조문객이 조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청와대는 23일 세상을 떠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에 조화를 보내거나 조문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여야 대선주자들과 지도부도 전 전 대통령이 자신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사망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면서도 “끝내 역사의 진실을 밝히지 않고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던 점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사망한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 “역사적 과오가 적지 않지만, 성과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가장으로 치러지면서 논란이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대통령 명의의 조화와 함께 유영민 비서실장을 통해 조문했다.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청와대 차원의 조화는 물론 조문도 하지 않기로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발언 당시 ‘전 대통령’이라는 호칭도 생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박 대변인이 ‘전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붙인 데 대해서도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 차원에서 명복을 빈 것으로, 직책을 붙여 말한 것 역시 브리핑을 위한 호칭”이라고 설명했다.

전 전 대통령이 사망한 이날 메시지를 낸 것도 다르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 사망(10월26일)한 이튿날에야 조화와 조문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이같은 차이는 노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차이를 둬야 한다는 청와대 내부의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인 1997년 12·12 군사쿠데타 주도, 광주민주화운동 무력진압, 수천억원 규모의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17년형과 추징금 2600억여원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같은 시기 전 전 대통령은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을 선고받았다. 이후 노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12월에 특별사면을 받았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23일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사망 관련 브리핑을 열고 별도의 조문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 전 대통령은 2013년 9월에야 추징금을 완납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과오에 용서를 구한다는 유언을 남겼으며, 유족들은 노 전 대통령이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진압한 데 사과했다. 이와 달리 전 전 대통령은 아직 970억원에 이르는 추징금을 내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이 12·12 군사쿠데타는 물론 광주민주화운동 등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도 남기지 않고 떠나면서 그의 장례가 국가장으로 치러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가장은 행정안전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회의 심의를 마친 뒤 대통령이 결정한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전 전 대통령과 함께 12·12 군사쿠데타를 주도, ‘내란죄’로 처벌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박탈됐으나 장례는 국가장으로 치러졌다. 국가장법에는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인물의 장례 실시 여부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도 이를 박탈당한 인물의 장례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지만, 국가장까지 치러지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도 전 전 대통령의 장례가 가족장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는 데 무게를 두며, 실무적 지원이 없을 것 같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유가족이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의 가족장 실무 지원 여부는 실무진에 확인해 봐야 하지만 현재로선 없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두환(왼쪽에서 두번째) 전 대통령이 23일 사망했다. 사진은 2019년 3월 11일 전 전 대통령이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관련 형사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을 마치고 나서 청사를 나서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여야 대선주자들과 지도부도 싸늘한 반응을 보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디지털 대전환’ 공약 발표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 전 대통령을 '전씨'라 지칭하며 "내란, 학살사건 주범이라는 것이 명백하게 확인됐다. 자신의 사적 욕망을 위해 최하 수백명을 사살하고 국가권력을 찬탈한 범죄에 대해 마지막 순간까지도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았다. 이 중대범죄 행위를 인정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조문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조화·조화·조문·국가장 모두 불가"라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조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가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가지 않겠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대신 국민의힘은 당대표 차원의 조화를 보내기로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조문할 계획이 없다. 당을 대표해서 조화는 보내도록 하겠다. 당내 구성원들은 고인과의 인연이나 개인적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조문 여부를 결정하셔도 된다”고 설명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성찰 없는 죽음은 그조차 유죄다. 역사를 인식한다면 국가장 얘기는 감히 입에 올리지 않기를 바란다. 역사의 깊은 상처는 오로지 광주시민들과 국민의 몫이 됐다"고 지적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도 “역사적 심판과 사법적 심판이 끝나기도 전에 사망했다. 죽음조차 유죄”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스스로 굴곡진 삶을 풀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면서 "고인의 역사적 과오에도 불구하고 이를 끝내 인정하지 않고 국민께 사과하지 않은 채 생을 마감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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