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 전두환 자택 앞서 기자회견

"광주 피해자·유가족에 대한 사죄 이미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사망했다. 향년 90세. 지병을 앓아온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40분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숨졌다. 사진은 지난 8월 9일 광주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 출석한 전 전 대통령이 25분만에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퇴청하는 공식 석상에 노출된 마지막 모습.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죄 여부에 대해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민 전 비서관은 이날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전 전 대통령의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전 대통령 사망 전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남긴 말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막연하게 사죄하라는 것은 사람 붙잡아놓고 이실직고하라는 것과 똑같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민 전 비서관은 사망한 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한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입구에서 민정기 전 비서관이 사망을 공식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 전 비서관은 “육하원칙에 따라 그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몇 월 며칠 몇 시에 어디서 어떤 부대를 어떻게 지휘했고 누구에게 어떻게 집단발포 명령을 했는지, 그것을 적시한 다음 사실인지 아닌지를 묻고 거기에 대해서 사죄하라고 그래야지 무조건 사죄하라고 그러면 그게 질문이 되느냐”고 말했다.

이어 “광주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에 대한 사죄는 이미 하신 바 있다”면서 “백담사 계실 때도, 연희동에 돌아오셨을 때도, 사찰에 가셨을 때도 기도하셨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발포 명령이라는 건 없었고, 보안사령관이 발포 명령을 했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면서 “사죄의 뜻을 밝힌 건 대통령이 된 뒤 광주 사태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충분히 하지 못했기 때문에 유감스럽다고 한 것이다. 발포 명령을 했다고 사죄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민 전 비서관은 ‘전 전 대통령 책임이 아니었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책임이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의 유언에 대해선 “회고록에 유서를 남긴 것이 사실상 유서”라면서 “그 대목은 '건강한 눈으로 맑은 정신으로 통일을 이룬 빛나는 조국의 모습을 보고 싶다. 그 전에 내 생이 끝난다면 북녘 보이는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서 그날을'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민 전 비서관은 “전 전 대통령이 평소에도 가끔 '나 죽으면 화장해서 그냥 뿌려라'는 말씀을 했다”며 “가족들은 유언에 따라 그대로 하기로 했다”고 라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45분쯤 자택에서 사망했다. 향년 90세다. 그는 악성 혈액암인 다발성 골수종 확진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었으며, 최근 건강 상태가 악화해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민 전 비서관은 “아침에 화장실에 가시다가 쓰러져서 회복을 못하고 운명했다”면서 “이순자 여사만 계셨다. 연락할 틈도 없이 운명해 응급처치도 하지 못하고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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