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데일리한국DB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과 관련해 “형평성과 선례, 국민적 공감대를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청와대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비교하면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춘추관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연설’ 출입 기자단과의 질의응답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며 “경제계뿐만 아니라, 종교계에서도 그런 사면을 탄원하는 의견들을 많이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서 우리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더 높여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며 "충분히 국민들 많은 의견을 들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달 27일 청와대가 밝힌 입장과 다소 분위기가 다르다. 당시 청와대는 이 부회장을 사면을 촉구하는 경제5단체의 건의에 “현재까지 검토된 바 없으며, 검토할 계획에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격화하면서 이 부회장 사면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업체 데이터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달 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한 결과 응답자의 71.2%가 이 부회장의 사면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는 의견은 26.2%에 그쳤다. ‘잘 모르겠다’는 답변은 2.5%였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달 24~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도 ‘이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는 응답은 69.4%로 나타났다. 반대 의견은 23.2%였다.

알앤써치가 데일리안의 의뢰로 지난달 19~20일 실시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에서도 이 부회장의 사면을 ‘찬성한다’는 의견은 70%(매우 찬성 51.8%, 찬성하는 편 18.2%)로 나타났다. 반대 의견은 51.9%로 집계됐다.

이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정치권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최근 화이자 백신 2000만명분을 추가 계약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이 주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탄력을 받았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데일리한국과의 통화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과 관련한 문제는 한 기업과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면서 “문 대통령께서 반도체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 이 부회장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면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의 이원욱 의원은 지난 4일 “반도체의 수급 상황, 미국에 대한 투자 등을 볼 때 이 부회장 사면 필요성이 강력히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4선 중진인 안규백 의원도 지난달 20일 “코로나 사태 등 전 지구적 재난 상황을 고려하면 기업인들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 부회장의 사면을 촉구했다.

이명박(왼쪽),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 두 분이 지금 수감 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국가로서는 참 불행한 일이고 안타깝다”면서 “특히 고령이시고 건강도 좋지 않다고 하니 더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면을 바라는 의견들이 많이 있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찮게 있다”면서 “그것이 국민 통합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하고 한편으로 또 우리 사법의 정의, 형평성, 국민의 공감대,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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