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사장 등과 확대경제장관회의 가져

"거센 변화의 파고 넘어 기회 선점하려면 기업·정부 한 몸 돼야"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반도체·조선·전기차 등 주요 전략 산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을 핵심 국가 전략 사업으로 규정했다. 전 세계에서 반도체 품귀현상이 벌어지는 상황을 도약의 계기로 삼아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나아가겠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움직임이 가장 뚜렷한 업종은 반도체”라면서 “우리 반도체는 9개월 연속 수출 증가를 이루며 세계 1위의 위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 고무적인 것은 기존의 메모리반도체에 더해 시스템반도체까지 확실한 수출 주력품목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는 점”이라면서 “반도체 산업은 우리 경제의 현재와 미래가 걸린 핵심 국가전략산업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우리가 계속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각종 첨단산업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부품으로 여겨지는 반도체는 ‘산업의 쌀’로 불린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수요가 늘어난 데다 전 세계적인 전동화 추세까지 겹치자 지난해 말부터 품귀현상이 벌어졌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세계 완성차업체들은 올해 초부터 생산 차질을 빚었고, 스마트폰과 가전 영역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최근 미국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의 CEO들을 불러들여 반도체 회의를 가졌다.

14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에서 1조 근로자들이 퇴근하고 있다.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7일부터 이날까지 일주일째 울산1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세계가 맞이한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아 세계 1위를 지키고 격차를 벌리기 위한 다각도의 지원방안을 수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산업에 대해선 “전기차·수소차 생산과 수출이 빠르게 늘고 있어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친환경차 시대에 맞게 완성차뿐 아니라 1000여개의 부품업체까지 최고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전기차 시장 확대로 이차전지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터리는 우리에게 제2의 반도체와 같다”며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종합적인 지원 전략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는 기업과 협력, 물량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반도체와 자동차 업계의 동맹을 통해 국산화율을 높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조선과 해운 산업에 대해서는 “글로벌 경제 회복에 따른 물동량 증가를 확실한 도약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며 “급증하는 수주 물량을 차질 없이 소화하기 위해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퇴직한 숙련 인력의 복귀를 지원하고, 해양진흥공사가 소유하는 선박을 저렴한 용선료로 임대하는 한국형 선주 사업을 더해 해운 재건 노력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거센 변화의 파고를 이겨내고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가 한 몸이 돼야 한다”며 “정부와 산업계의 협력으로 우리 제조업은 새로운 도약의 시대를 열고 포용적 회복과 선도형 경제로의 전환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계가 선제적으로 사업 재편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강화하겠다”며 “관계 부처는 혁신을 제약하는 과도한 규제를 풀고, 투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도 더욱 효과적으로 개선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석희(왼쪽에서 첫번째)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제인들이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문 대통령은 기업과 협력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31일 상공의날 기념식에서는 유영민 비서실장과 이호승 정책실장에 기업인들과 활발하게 소통할 것을 소통을 주문했다. 이후 이호승 정책실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를 방문했다.

이날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은 지난 12일 개최된 특별방역점검회의에 이어 국정 현안을 다잡기 위한 두 번째 행보다. 문 대통령이 긴급 소집한 회의에는 이정배 삼성전자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최웅선 인팩 대표이사,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배재훈 HMM 대표이사 사장, 황호선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등 경제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참석했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기업을 위하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것”이라면서 “기업들과 만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고 또 규제도 풀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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