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전체 425개동 중 구로3·화곡8·창신2·성산1·항동 5개동만 승리

제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전 서울시청으로 첫 출근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서울의 민심이 뒤집혔다.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25개 자치구 모든 지역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앞섰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파란 물결이 이어졌다면, 이번엔 붉은 물결로 가득찼다. 민주당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금관구(금천·관악·구로)’에서도 민심은 오 후보를 향했다.

오 후보를 승리로 이끈 주역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였다. 전통적으로 야당 강세 지역이지만, 이번엔 그 지지세가 한층 더 결집했다. 집값 상승에 따른 공시가격 인상 조치에 고가주택 소유자의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정부와 여당에 분노한 표심은 투표장으로 향했다. 투표율은 나란히 60%선을 웃돌았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등 규제 완화에 관심이 높은 강남구 압구정동은 오 후보에게 88.0%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차기 대선을 11개월 앞둔 시점에서 민심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었던 이번 투표를 동별로 분석해 봤다.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425개동 가운데 오 후보의 득표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강남구 압구정동이다. 투표에 참여한 1만4323명의 유권자 가운데 88.0%인 1만2648명이 오 후보를 선택했다.

오 후보는 강남구 대치1동(84.8%)과 도곡2동(84.5%)에서도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서초구 반포2동(83.9%), 서초구 반포3동(81.0%), 강남구 대치2동(80.9%), 서초구 서초4동(80.5%), 송파구 잠실7동(80.3%), 강남구 청담동(80.0%)도 80% 이상 득표했다.

이어 강남구 신사동(79.6%), 용산구 이촌제1동(78.6%), 강남구 개포1동(78.6%), 강남구 개포2동(78.0%), 서초구 잠원동(77.8%), 송파구 잠실3동(77.7%), 강남구 삼성1동(77.2%), 송파구 오륜동(77.0%), 영등포구 여의동(76.5%), 서초구 반포본동(76.0%), 송파구 잠실6동(75.3%), 서초구 반포4동(75.1%), 용산구 서빙고동(74.8%), 서초구 반포1동 (74.4%), 강남구 도곡1동(74.0%), 서초구 서초2동(73.9%), 송파구 잠실4동(73.8%), 송파구 잠실2동(73.5%), 강남구 삼성2동(73.4%), 송파구 가락1동(73.0%), 서초구 방배3동(72.2%) 순으로 집계됐다.

상위 30개 동 가운데 27곳은 강남3구에서 차지했다. 강남구 11곳, 서초구, 9곳, 송파구, 7곳이다. 이들 지역은 부동산 관련 세제에 대한 관심이 큰 편으로, 잇따른 정책 실패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겠다는 오 후보의 공약으로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 데 따른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지어진 지 30~40년이 지났지만,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번번이 재건축이 좌절된 데 따른 불만이라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곳은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오 후보의 공약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한 달 사이에 민심이 국민의힘 쪽으로 주요한 요인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와 공시가격 인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참패한 것으로 예측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7일 밤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힌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반면 박 후보는 ‘완패’했다. 지지층이 결집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과 LH 사태로 인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문제까지 불거진 점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박 후보는 구로구 구로제3동(51.7%), 강서구 화곡8동(49%), 종로구 창신2동(49.0%), 구로구 항동(48.5%), 마포구 성산1동(48%) 단 5곳에서만 오 후보를 제쳤다. 민주당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금관구(금천·관악·구로)’에서는 오 후보가 우세했다. 다만 표차를 좁히며 체면을 살릴 순 있었다.

박 후보의 득표율이 그나마 높았던 곳은 은평구 역촌동(47.1%), 종로구 창신제1동(47.0%), 강서구 화곡본동(46.9%), 동작구 상도제3동(46.8%), 관악구 난향동(46.6%), 구로구 구로제4동(46.6%), 강서구 화곡제2동(46.3%), 강북구 미아동과 (46.2%), 강북구 삼각산동(46.2%), 마포구 망원2동(46.2%)으로 나타났다.

이어 금천구 독산제3동(46.1%), 금천구 가산동(45.9%), 강북구 수유1동(45.7%), 관악구 중앙동(45.3%), 마포구 망원1동(45.1%), 관악구 인헌동(45.0%), 강북구 인수동(44.6%), 관악구 신원동(44.6%), 관악구 서원동(43.9%), 영등포구 도림동(43.5%), 영등포구 대림제2동(43.3%), 성북구 동선동(42.8%), 영등포구 대림제3동(42.7%), 영등포구 양평제1동(42.7%), 관악구 조원동(42.3%)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해 총선은 예외지만, 유권자들의 분노가 높아질수록 투표나 시위같은 오프라인에서의 정치참여가 늘어난다”며 “모든 선거는 잘한 쪽이 이기는 것이 아닌 상황이 더 나쁜 쪽이 지는 것으로, 이는 민주당이 자초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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