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尹은 야당, 야권의 인물될 수 밖에 없어"

"국민의 힘과 뜻 공유…일단은 환영하는 분위기"

민주당, 국민의힘 향해 맹폭…"품위·자존심 없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자신의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히던 중 눈을 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한 국민의힘 기류가 바뀌고 있다. 윤 총장의 지지여론을 정권 심판의 동력으로 삼되, 거리를 뒀던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정부 소속이라며 정계 진출 가능성을 일축했던 것과 달리 이젠 윤 총장을 ‘야권의 인물’로 규정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 계획에 반발해 지난 4일 사의를 표명한 지 하루 만에 벌어진 변화다.

윤 전 총장을 ‘동지’로 인식하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을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밝혔던 만큼 강도 높은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사퇴가 다음달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이어 내년 대선 국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해석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부산시장 후보 경선 결과 발표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민의힘, 윤석열에 잇단 '손짓'

김종인 위원장은 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을 향해 “야당, 야권의 인물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보선 후 국민의힘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접합점이 나타날 수 있다”며 “국민의힘도 보궐선거 후 지속적인 변화를 계속해야 내년 대선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윤 총장이 정계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윤 총장이) 보궐선거가 지나고 난 다음에 (정계 진출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할 것”이라면서 “‘별의 순간’은 본인이 판단하는 것이지 남이 얘기를 해 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대권 도전에 있어 윤 전 총장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과 윤 전 총장과 정계 진출 여부에 대한 연락을 주고받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윤 전 총장 측에서 만나자거나 조언을 구하겠다고 하면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국민의힘이 많이 변화해서 일반 국민의 호응을 많이 받는다고 하면 (윤 전 총장) 본인도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내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데일리한국과 통화에서 “민주당의 폭주를 막기 위해 야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며 "윤 총장의 경우 우리 당이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나 공정의 가치에 뜻을 두고 있어 일단은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윤 전 총장의 사의를 표명한 뒤 주호영 원내대표는 “힘을 합쳐 대한민국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는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윤 전 총장 부친의 고향인 충남 공주를 지역구로 둔 정진석 의원은 “주저 없이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정 기간 거리를 두고 윤 전 총장의 진의를 파악, 그의 사퇴가 재보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어떠한 마음으로 검찰총장직을 내려놨는지 함구하고 있고, 우리 당에 들어오겠다는 의사도 밝히지 않고 있다”며 “아직 (윤 전 총장의 영입 여부를)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다. 본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낙연(왼쪽에서 두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민주당 "윤석열, 뜬금없는 처신"

민주당의 상황은 국민의힘과 상반된다. 윤 전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직후 개별 의원들이 비판의 메시지를 낸 데 이어 당 지도부도 폭격을 가했다. 윤 전 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국민의힘의 태도를 문제삼기도 했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전 총장의 정치 진입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사퇴 직전의 움직임과 사퇴의 변은 정치선언으로 보였다”며 “공직자로서 상식적이지 않은 뜬금없는 처신”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본인 스스로 검찰총장 재임 시절부터 선택적 수사와 기소 논란 등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격렬한 시비를 일으키더니 사표도 그렇게 했다. 그가 검찰에 끼친 영향은 냉철히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회복까지 시급한 과제가 돼버린 현실이 역설적이다. 민주당은 완성도 높은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고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인호 수석대변인도 국민의힘을 향해 "윤 전 총장이 사퇴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노골적인 러브콜을 전방위로 보내고 있다"며 "제1야당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품위와 여유, 자존심이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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