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시즌2' 두고 여야 신경전 가열

민주당, 중수청에 반기 든 윤석열 비난

국민의힘 "尹, 조직 수장으로 할 말 했다"

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 깃발.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또 정국의 변수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에 반기를 들면서다. 청와대까지 나서 불쾌감을 드러냈지만, 윤 총장은 거듭 자신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삼권분립과 법치주의의 파괴’라며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4·7 재보궐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이른바 ‘검찰개혁 시즌2’로 불리는 중수청 설립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은 선거의 판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3일 대구고·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 완판’으로서 헌법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으로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면서 “이는 헌법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정치·경제·사회 제반 분야에서 부정부패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의무”라면서 “부정부패 대응은 적법 절차와 방어권 보장, 공판중심주의라는 원칙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 재판의 준비 과정인 수사와 법정에서 재판 활동이 유기적으로 일체돼야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총장의 대구 방문은 정직 징계 처분으로 업무에서 배제됐다가 지난해 12월24일 법원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한 뒤 갖는 첫 공개 일정이다. 전날 국민일보와 인터뷰에 이어 취재진과 지지자, 반대자 수십명이 모인 자리에서 여권의 중수청 설치 추진을 비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직원과의 간담회를 위해 대구고검과 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野 "윤석열, 중수청 언급하지 않는 것이 '직무유기'"

국민의힘은 윤 총장을 두둔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중수청은) 이 정권이 대한민국의 수사체계를 완전히 파괴하려고 작심한 것 같다”며 “대한민국을 완전한 일당 독재로 향한 고속도로로 향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윤 총장이 정계 진출을 모색하고 이같은 발언을 했다는 데 대해선 반박했다. 주 원내대표는 “전혀 정치적 행보가 아니다”며 “헌법상 부여된 검찰의 수사 권력을 빼앗는 법을 만드는데 조직의 수장으로서, 일반 국민도 당당히 얘기할 수 있다. (중수청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중수청 설치는) 검찰이 대한민국 검찰이 아닌 문재인 정부의 검찰을 포기한 데 대한 정치 보복"이라며 "중수청은 권력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정부·여당의 최후의 수단이다. 윤 총장 입장에선 검찰 존립과 관련된 부분이라 세게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낙연(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세균·이상민 등 윤석열 비난…민주당 지도부는 '쉬쉬'

정부와 여당은 격앙된 분위기다. 특히 개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을 선동하는 윤 총장의 발언과 행태에 대해 총리로서 매우 유감스럽다”며 “(윤 총장이) ‘직을 걸겠다’고 한 것은 무책임한 국민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도 “매우 어리석은 짓. 역겹다. 악취 풍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정청래 의원도 “1년간 잠시 빌린 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자의 뒷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비꼬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윤 총장이 전날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가 공개된 후 “검찰은 국회를 존중해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분히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지난해 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이 이어질 당시 윤 총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던 것과 정반대다. 정면으로 맞설 시 윤 총장의 정치적 몸집이 커질 수 있는 데다 중수청 설치와 관련한 문제가 재보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이야기하지만, 지난 1월 출범한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이)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문제가 확산하면 재보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주당의 경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번 윤 총장의 발언에 정치적인 의도가 담기지 않았다고 봤다. 그는 “검찰총장의 자리에서 정치적인 승부수를 던지기 위한 방법은 수사와 재판뿐”이라면서 “특히 수사권 박탈과 관련한 검찰의 존립이 걸려 있어 내부 반발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정치적인 의도가 있기보단 윤 총장이 검찰총장으로서의 입장을 밝혔을 뿐”이라고 밝혔다.

중수청과 관련한 논란이 확산하자 민주당은 속도 조절에 나섰다. 애초 이번 주중 법안을 낼 예정이었으나, 당 안팎에서 이견이 있는 만큼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겠다는 계획이다. 중수청법을 추진하는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는 오는 4일 전체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방침을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재보궐선거를 앞둔 만큼 당내에서는 선거 이후 발의를 검토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범죄수사청 설립 관련 찬반 여론 조사 결과. 그래픽=알앤써치 제공
한편 알앤써치가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1~2일 성인남녀 1020명에게 '중수청 설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찬성' 응답은 46.5%로 집계됐다. '반대' 응답은 42.6%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내 혼전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 성향별로 보면 진보층의 64.7%는 찬성, 보수층의 78.3%는 반대했다. 정치 성향을 '잘 모르겠다'고 밝힌 응답자의 경우 찬성(46.5%)과 반대(46.4%)의 비율이 거의 같았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와 중수청 설치 찬성 응답은 비례했다. 문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매우 잘한다'고 평가한 응답자의 87.8%는 중수청 설치에 찬성했다. 국정 운영을 '매우 잘 못 한다'고 밝힌 응답자의 83.3%가 중수청 설치에 반대했다. 성별·연령대별로는 40대 여성(62.6%)에서 찬성 응답이, 20대 남성(61.0%)에서 반대 응답이 두드러졌다.

'윤 총장이 총장직을 걸어서라도 중수청 설치를 저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동의(43.4%)'가 '비동의(38.5%)' 응답보다 많았지만, 오차범위 내였다. 정치 성향별로는 보수층 71.9%가 '동의'했고, 진보층 43.8%가 '비동의'했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알앤써치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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