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청와대가 긴장하고 있다. 최근 진행된 검찰 고위급 간부 인사가 그 계기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충돌해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에도 신 수석의 뜻은 완강하다. 신 수석에게 박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가교 역할을 기대했던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신 수석의 사의 표명이 임기 말 권력 누수를 의미하는 레임덕으로 이어질 지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8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 수석이 18~19일 이틀간 휴가원을 제출했고, 처리됐다”며 “숙고의 시간을 가진 뒤 22일 출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마 그때는 (거취와 관련한) 말이 있지 않을까 싶다”며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숙고한 뒤, 본래의 모습으로 복귀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신 수석은 검찰 고위 간부급 인사가 발표되고 이틀 뒤인 지난 9일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만류했으나, 신 수석은 설 연휴 이후 한 차례 더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박 장관이 신 수석을 ‘패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됐다. 검찰 인사안의 경우 실무협의가 끝나면 민정수석을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과정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상관인 신 수석을 제치고 박 장관과 인사를 주도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돌고 있어서다.

청와대는 곤혹스러운 눈치다. 신 수석의 경우 윤 총장과 친분이 있는 데다 문 대통령의 신임도 두터워 법무부와 청와대의 연결, 주요 국정 어젠다인 검찰개혁을 완수하리라는 기대에 차 있었기 때문이다. 민정수석실 내부 갈등설을 일축하면서도 이례적으로 민정수석실과 법무부 간 논의 내용을 공개한 것도 신 수석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의 노력과 별개로 신 수석의 사의 표명은 상당한 파급력을 낳는 모양새다. 정권의 핵심 기반을 책임지는 민정수석이 취임 두 달도 채 안 돼 여러 차례에 걸쳐 사의를 표명한 점, 신 수석이 검찰 인사를 조율하는 도중 검찰 고위급 간부 인사안이 발표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야권은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됐다고 규정했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대통령이 나서야 할 때 나서지 않는 것을 보면 리더십의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정계 개편을 포함한 정치적 변화 가능성과 청와대 출신 인사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신 수석이 대통령의 만류에도 사의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면 레임덕이 상당히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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