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헌법에 규정된 법관의 독립성 침해"

국민의힘, 김명수 대법원장 탄핵으로 '맞불'

박병석 국회의장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관(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소추안 가결을 알리고 있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4일 가결됐다. 현직 판사에 대한 탄핵안이 통과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임 판사의 탄핵안을 가결했다. 표결에는 288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찬성은 179표였고, 반대는 102표였다. 기권은 3표, 무표는 4표로 집계됐다.

국회법상 탄핵안은 재적의원의 3분의1(100명)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이후 발의된 뒤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무기명투표를 통해 의결한다. 이는 재적의원의 과반수인 150명 이상이 찬성하면 의결된다. 하지만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범여권 의원 161명이 공동발의해 가결이 예정됐었다.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국회는 4일 본회의에서 임 판사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했다. 사진=연합뉴스
◇ 헌재로 가는 임성근 탄핵안…인용 시 공직 취임 불가능

탄핵소추 사유로는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지국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세월호 7시간 명예훼손 사건 △2015년 쌍용차 집회 관련 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 △유명 프로야구 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공판 절차 회부 사건 등에서의 판결 내용 사전 유출 혹은 판결 내용 수정 선고 지시 등이 제시됐다.

탄핵안이 의결되면 헌법재판소가 탄핵 여부를 심판한다.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 이상이 동의해 탄핵이 인용되면 임 판사는 앞으로 5년 동안 변호사 등록과 공직 취임이 불가능해진다. 퇴직 급여도 일부 제한된다.

임 판사는 이달 말 퇴임을 앞두고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임 판사의 행위가 위헌적이라고 판단했지만, 이를 직권남용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된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 국민의힘, 김명수 '탄핵 카드'로 반격…실현 가능성 '글쎄'

여야는 그동안 임 판사의 탄핵안을 두고 강 대 강 대치를 이어왔다.

이날도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탄핵제도의 목적과 기능은 공직자가 직무수행에 있어 헌법을 위반한 경우 법적 책임을 추궁해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라면서 “과반이 넘는 의원들이 탄핵안을 발의한 이유는 임 판사가 헌법에 규정된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탄핵안이 사법부를 길들이기 위한 ‘부관참시 형 탄핵’이라고 비판해 온 국민의힘은 김명수 대법원장 저격에 나섰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5월 임성근 판사 사표를 반려, 여권 눈치를 보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같은 발언을 전면 부인했으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에서 “김 대법원장이 정권의 ‘판사 길들이기’에 비겁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하면서 후배를 탄핵의 골로 떠미는 모습까지 보인다”며 “후배 법관들에게 창피하지도 않나. 비굴하게 연명하지 말고 스스로 올바른 선택을 하기를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법원장은 취임 후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면서 무려 100명이 넘는 판사를 검찰 조사로 넘겼다”며 “안타깝게도 결국 80명의 판사가 법복을 벗고 법원을 떠났다. 법관들은 (임 판사) 탄핵안을 제출한 국회의원들보다 비겁한 선배의 모습을 보며 참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김 대법원장 탄핵 추진을 고심하고 있다”며 “해도 너무 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본인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되돌아보고 거취를 결정하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임 판사의 탄핵안에 맞서 국민의힘이 강 대법원장의 탄핵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발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당내 반대 여론은 물론, 원내 정족수 부족으로 탄핵안이 가결되기도 어렵다. 이날 기준 국민의힘의 의석수는 102석이다. 이는 전체의 34% 수준으로 탄핵안을 가결하기 위해서는 48석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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