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지 14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25분부터 57분까지부터 청와대 관저 접견실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그는 지난해 11월12일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일 때 통화로 축하 인사를 전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연설에서 전례 없는 도전을 이겨내고, 희망으로 가득 찬 미국 이야기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며 “바이든 리더십 하에 국민 통합과 더 나은 재건을 향한 비전 실현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양국관계는 70년간 계속 진전이 있었고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이런 관계에 강화를 기대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날 통화에서 양 정상은 한미 동맹이 역내 평화 번영의 핵심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또한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을 넘어 민주주의, 인권 및 다자주의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한미동맹을 발전시키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양 정상은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서도 논의, 하루빨리 포괄적인 대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가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을 진전시키기 위해 공동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된 당사국인 한국 측의 노력을 평가하고 한국과의 같은 입장이 중요하며 한국과 공통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양 정상은 기후변화 등 글로벌 도전 과제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의견을 나눴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이 일자리 창출 및 신산업 발전 등 많은 경제적 혜택을 가져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우리의 그린뉴딜 정책을 소개하고 기후변화 대응이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세계 기후정상회의와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 성공적 개최 △코로나 백신 치료제 보급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한 호혜적 협력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이 밖에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이 역내 평화와 번영에 중요하다는 데도 공감했다. 미얀마와 중국 등 기타 지역 정세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특히 최근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민주적·평화적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긴밀한 소통을 이어나가고,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는 대로 한미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통화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와 비교하면 다소 늦게 이뤄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1월20일 취임 후 같은 달 아소 다로 일본 총리(28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30일)에 이어 2월3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통화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세 번째 통화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2017년 1월20일 취임한 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2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28일)에 이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30일)과 통화했다.

전례 상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정상 통화 순서는 미국과 인접한 캐나다와 멕시코, 유럽의 주요 동맹국과 이스라엘, 인도·태평양 동맹국 순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한 뒤 북미, 유럽 국가 정상들과 정상 통화를 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22일), 안드레스 미누엘 로페즈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23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2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24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25일) 순이었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26일)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27일) 등의 순으로 통화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바이든 대통령과 문 대통령과의 통화가 이번 주 초쯤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으나, 예상보다 늦어졌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을 비롯한 국내 문제 등을 이유로 통화를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청와대는 통화 순서나 시기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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