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기획재정부 갈등 조짐에 청와대 진화

압박 수위 높이는 이낙연 "재정의 주인은 국민"

역대 최대 규모 전망에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

1일 오전 울산시 남구 삼산동행정복지센터에서 한 주민이 긴급재난지원금 카드와 안내문을 수령하고 있다. 울산시는 이날부터 전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 10만 원씩을 무기명 선불카드 형태로 지급한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4차 재난지원금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곳간 지기’인 기획재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제동을 걸면서다. 당정이 충돌하는 모양새가 연출되자 청와대가 진화에 나섰지만, 그 규모가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4·7 재보궐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있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기반한 무책임한 재정 확대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3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경제부처와 당과의 이견은 늘 있었다”며 “이 대표의 연설로 이것(4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검토와 논의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또한 “이견을 좁히는 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야당이 어떻게 동의를 해줄 건지, 야당의 생각이 무엇인지(를 논의할 때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당정이 충돌하자 이견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빠르게 진화에 나선 셈이다.

앞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전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4차 재난지원금 준비에 나서겠다며 보편·선별 동시 지급 방침을 밝혔다. 충분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 맞춤형 및 전 국민 지원을 함께 추진한다는 구상을 공식화한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곧바로 페이스북을 통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보편적 지급과 맞춤형 지급을 동시에 추진하긴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4차 재난지원금을 두고 집권당의 대표와 경제부처의 수장이 맞붙자, 민주당 일각에서는 홍 부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홍 부총리는 1·2·3차 재난지원금과 추경,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등을 두고도 민주당과 충돌했었다. 청와대가 조기 진화에 나서고, 홍 부총리가 이번에도 의지를 꺾으면서 당정 간 충돌 양상은 봉합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재정의 주인은 국민이다.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데 필요하다면 재정을 쓰는 것은 당연한 것. 늦지 않게 충분한 규모의 추경 편성을 정부에 거듭 제안한다”면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여기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까지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4차재난지원금 지급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매장 입구에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시간 단축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의 피해가 이어지면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무게가 쏠리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선거용 ‘돈 풀기’라는 지적이다.

앞서 정부는 올해 본 예산에 편성한 목적예비비 8조6000억원의 65% 수준인 5조6000억원을 지난해 3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코로나19 백신을 구매에 사용했다. 남은 예비비는 약 2조원 수준이다.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면 적자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이 불가피해진다.

그동안 정부는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이 일괄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에 14조3000억원의 예산을 썼다. 12조2000억원은 지난해 4월 추경으로 해결했고 나머지 3조4000억원은 적자국채로 충당했다. 선별 지급된 2·3차 재난지원금에는 각각 7조8000억원, 9조3000억원이 소요됐다.

4차 재난지원금은 보편·선별 동시 지급되는 특성상 규모가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1차 재난지원금 규모인 14조원을 넘어서 2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대비 47.3%인 956조원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직전인 2016년말(626조9000억원)보다 330조원 가량 늘었다. 연간으로는 65조원씩 증가했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추경을 계획한다면 국가채무는 지금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가 끝나기 전에 추경안을 제안해 다음달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보편·선별 동시 지원 여부는 코로나19 방역과 경제상황을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2년 연속 ‘벚꽃 추경(1분기 추경)’을 편성하게 되면 1999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22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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