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부산 민심 나빠지자 헛공약 내놨다"…야권 "어제오늘 갑자기 나온 공약 아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오전 부산 수영구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꺼내든 한일 해저터널 공약을 두고 여야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여권은 한국보다 일본의 국익을 우선시한 ‘친일 행위'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야권에서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도 한일 해저터널을 검토해왔다며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엎치락뒤치락 반복하는 부산 민심을 잡기 위해 여야의 신경전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 위원장의 한일 해저터널 공약을 “뜬금없는 제안”이라면서 “가덕신공항을 반대하다가 부산 민심이 나빠지자 이를 만회하려고 제대로 검토조차 되지 않은 헛공약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진심으로 살피지 않는 무성의한 국민의힘 지도부에 민심은 더욱 분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과거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긍정적으로 언급한 적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 검토됐지만, 우리나라보다 일본의 이익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추진력을 얻지 못하던 의제”라면서 “일본 측이 먼저 제안도 하지 않은 미성숙한 이슈를 광역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불쑥 꺼낸 것은 정말 무책임한 처사"라고 밝혔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김 위원장의 한일 해저터널 공약을 “이적행위다. 한국보다 일본을 위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북한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지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김 위원장이 이를 ‘이적행위’라고 한 점을 비꼰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출마 의사를 밝힌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선'으로 이어지는 교통망에서는 시종점의 경쟁력이 가장 높다는 것이 교통체계의 원칙이다. 이를 외면하고 부산을 통과역으로 만들겠다는 한일 해저터널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면서 “김 위원장의 판단이 흐려지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여권의 ‘친일 프레임’ 공세에 국민의힘 등 야권도 반격에 나섰다.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의 한일 해저터널 제안을 대환영한다”며 “여야가 통 크게 추진,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를 유라시아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한일 해저터널은 어제오늘 갑자기 나온 공약이 아니다”며 “민주당이 이걸 두고 일본에 더 이익이 많으니, 토착 왜구니 하고 또 반일 프레임을 짜는 것을 보니 참 못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전날 보궐선거 격전지 가운데 한 곳인 부산을 찾아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지지하고, 부산과 일본 규슈를 잇는 해저터널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일 해저터널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논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재 및 노동력 부족 등의 문제로 추진되지 못했다.

이후 1990년 노태우 전 대통령,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도 한일 해저터널에 관심을 드러냈다. 국내 연구기관들이 실현 가능성과 경제적 효과에 대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건설비에 비해 낮은 경제성 등의 문제점과 위험요인 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교통부도 2011년 한일 해저터널 건설 문제와 관련해 100조원에 이르는 비용에 비해 편익이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경제성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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