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이낙연, 듣도 보도 못한 '호텔찬스'…실소 금치 못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후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 회의실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여당의 대표 대권 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또다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엔 ‘전세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호텔을 매입한 뒤 전셋집으로 전환하겠다는 발언이 문제가 됐다. 정부가 19일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 호텔 등을 주거용으로 리모델링한 물량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실언’ 논란에 직면했던 이 대표는 한숨을 돌렸지만, 국민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으로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회의에서 “이 대표가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발언을 해서 잘못을 인정하나 싶었다”며 “그런데 호텔방을 전·월세로 돌린다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호텔찬스로 혹세무민하는 것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시인, 호텔을 매입해 전셋집으로 전환하는 안을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이를 지적한 것이다.

이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곧 실언 논란으로 번졌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황당무계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또 보수진영의 대권 잠룡인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기가 막힌다. 어느 국민이 그걸 해결책이라고 보겠느냐고”며 꼬집기도 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서민·중산층 주거 안정 지원방안’에 호텔을 고쳐 전·월세로 내놓는 방안이 포함되면서 이 대표는 식은땀을 닦았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여당의 대표이자 유력 대권 주자로서 국민감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호거(호텔거지)’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이 대표의 발언이 국민감정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전에도 몇 차례 나온 바 있다. 지난 9월에는 취임 후 첫 정책으로 ‘만 13세 이상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을 내놨지만, 야당은 물론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무산돼 체면을 구겼다. 또 7월에는 바이오·헬스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남자는 엄마가 되는 경험을 하지 못해 철이 없다”고 말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5월엔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현장에서 화재 사고 해결을 요구하는 유가족을 향해 “국회의원이 아닌 한 조문객으로 왔다. 현직에 있지 않아 책임이 있는 위치에 있는 게 아니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대표는 4·15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현장을 찾았을 당시 이 대표는 국회의원 당선자 신분이었으나, 여권 유력 대권 주자로서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도마 위에 오르는 이 대표의 발언은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대표의 지지율은 총선 직후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걸으며 이재명 경기지사, 윤석열 검찰총장과 접전을 펼치고 있다.

아시아경제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지난 15~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9%포인트)에 따르면 차기 대선 본선경쟁력에서 이 대표는 이 지사보다 다소 밀리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결과가 나왔다.

윤 총장과 양자대결할 경우, 이 대표는 42.3%, 윤 총장은 42.5%로 오차범위 내이지만 윤 총장에게 뒤졌다. 반면 이 지사는42.6%, 윤 총장은 41.9%로, 이 지사는 오차범위내에서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민주당 내에서 대통령 후보로 적합한 민주당 인물로 이 지사(25.1%)가 이 대표(22.7%)를 앞섰다. 이어 정세균 국무총리(5.9%), 추미애 법무부 장관(3.6%),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1.7%), 이광재 의원(1.1%)의 순이었다. 범야권에서는 윤 총장이 25.5%로 가장 높았고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11.0%, 무소속 홍준표 의원(10.8%)의 순이었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아시아경제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의 호텔 전세 발언은) 국민감정을 고려하지 못한 실언이었다. 호텔을 사들여 전·월세를 둔다는 발상 자체가 터무니없고 비현실적”이라며 “차기 유력 대권 주자지만, 전세난의 근본 원인을 정책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에 한계를 드러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부동산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 것 같다. 내용이 부실한 대선주자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초했다”며 “이번 발언은 (이 대표의) 이미지에 상당히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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