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총장, 연말 개각 때 거취 주목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차기 대권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동안 차기 대권 지지율 상위권을 차지해온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경쟁 구도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끼어들었다.

11일 ‘윤석열 대망론’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7∼9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총장은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윤 총장 24.7%, 이 대표 22.2%, 이 지사 18.4% 순이다.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22명 대상 조사.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총장이 대선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6월30일 리얼미터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6월22~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2537명 대상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처음으로 ‘톱 3’에 진입한 지 5개월도 되지 않아 1위에 올랐다.

이러한 결과는 윤 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갈등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보수 성향 국민들이 선거에서 연전연패하며 지리멸렬해진 야권을 대신할 인물로 현 정부와 ‘맞짱’ 뜬 윤 총장을 점찍었다는 것이다.

특히 윤 총장이 출석한 지난 10월22일 국회 대검찰청 국정감사는 마치 대통령 후보 검증을 방불케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 총장을 추궁했다. 이를 국감 현장에서 지켜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여왕벌이 나타났다”고 윤 총장을 치켜세웠다. 여권의 대권주자 ‘투톱’(이낙연·이재명)에 맞설 강자가 야권에 탄생했다는 의미다.

윤 총장이 대권 지지율 1위에 등극하자, 그가 검찰 수사 지휘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을 저버렸다며 사퇴를 압박해온 여권은 이제 정말 정치를 할 때라며 더욱 가열차게 ‘윤석열 검찰 옷 벗기기’에 나섰다.

윤 총장과 극심한 갈등을 보이고 있는 추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생명이다. 선거사무를 관장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대선후보 1위라고 하면 국민이 납득하겠느냐”면서 “대권후보 1위 후보로 등극하고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다면 사퇴하고 정치를 해야 하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역시 윤 총장에게 사퇴 압박을 해온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애당초 중립을 지켰어야만 하는 검찰의 총장이 야권 대선후보로 꼽히는 것은 그만큼 정치적 편향성이 크다는 것”이라면서 “정의라는 탈을 쓰고 검찰이라는 칼을 휘둘러 자기 정치를 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윤 총장이 추 장관과 갈등을 빚으며 정치적 입지가 커진 것을 두고 문 대통령의 '선택'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 미운털이 박혀 좌천됐던 윤 총장은 그동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해왔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이라는 중책을 맡겼다. 물론 중책을 맡길 때에는 청와대나 정부와 각을 세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야권 유력 대선후보로 떠오르며 반문(反文)의 상징이 돼버린 윤 총장에 대해 여권 인사들이 지속적으로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해임을 거론해 왔지만, 문 대통령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윤 총장은 지난달 23일 국감장에서 “문 대통령이 (21대) 총선 후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 임기를 지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며 여권을 당황케 하기도 했다. 윤 총장은 “퇴임하고 나면 사회와 국민에 봉사할 방법을 생각해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에 뛰어들 여지가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됐다.

물론 윤 총장이 임기(2021년 7월)를 끝까지 지킬 수 있을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 문 대통령이 개각을 준비 중이다. 임기가 없는 추 장관과 임기가 있는 윤 총장 모두 경질될 가능성도 없지않아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세종 총리공관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개각은 작게, 두 차례 나눠서 할 것”이라면서 “연말 연초보다는 빠를 수 있다”며 개각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인사권은 대통령이 갖고 있지만, 총리에겐 제청권이 있다. 정 총리는 지난 4일 국회 예결위에 출석, 추 장관과 윤 총장 사이의 갈등에 대해 “총리로서 책임을 느낀다”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된다면 총리로서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대선에 나서려면 세대·지역·이념 기반이 있어야 하는데, 윤 총장의 대선 출마 여부부터 분명하게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가 지나고 대선 국면이 본격 개막된다면 윤 총장의 정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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