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임기를 1년 반 남겨둔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운 미국 대통령을 외교 파트너로 맞이한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21일 미국의 제46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불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바이든 후보를 “당선인”이라고 부르며, 공식 당선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아울러 바이든 후보가 이끌어갈 행정부를 “미국의 차기 정부”라고 규정하며, 한미동맹 강화 및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강조했다.

이는 바이든 당선인에게 남북관계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력을 기대하는 것이다. 취임 이후 줄곧 남북·북미관계 진전을 도모하며 종전선언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해온 문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라는 결실을 위해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남북관계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일찌감치 전한 것이기도 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0일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면서 “미국 민주당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서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진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미 대선 직후 민감한 시기인 지난 8일 미국을 방문한 것도 곧 꾸려질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 공백 최소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 강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에 어떠한 공백도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을 ‘오바마 3기’가 아닌 ‘클린턴 3기’로 만들려하는 대목도 주목된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 당선인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라는 대북 정책을 되풀이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려는 것이다. ‘전략적 인내’는 사실상 북핵을 묵인한 대북 정책이라는 혹평을 받는다.

문 대통령은 수보회의서 “미국 민주당 정부는 한국의 민주당 정부와 평화 프로세스를 긴밀히 공조하고 협력해온 경험이 있다”며 한국과 미국 양쪽 모두 민주당이 집권하던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클린턴 행정부를 상기시켰다. 클린턴 행정부의 임기 막바지였던 지난 2000년, 미국의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북한의 조명록 차수는 상호 양국을 왕래하며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될 뻔 했었다.

강경화 장관 역시 워싱턴DC 6·25전쟁 참전 기념공원에서 기자들을 만나 “바이든 쪽 여러 인사가 공개적으로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그때(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로 돌아간다는 것은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었던 ‘전략적 인내’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바이든 행정부를 맞이하는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대화하겠다는 의사를 통해 북한이 섣불리 도발하지 못하도록 6·12싱가포르합의를 존중하거나 종전선언을 해주면서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 초반에는 누적 사망자 24만명이 훌쩍 넘은 코로나19 사태 수습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으로 인한 보수-진보 진영 간 화합에 집중할 것으로 보여 남북·북미관계의 진전 여력이 별로 없을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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