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이낙연 대세론'에 위기론으로 응수

박주민, 사회적 약자 보호 등 차별화 전략

민주당 "현장 분위기 뜨거워…예정대로 진행"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에 출마한 이낙연(왼쪽부터), 김부겸, 박주민 후보가 지난 2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새 사령탑을 뽑는 8·29 전당대회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당권 주자에 출사표를 던진 이낙연, 김부겸, 박주민 후보(기호순)의 3자 토론이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등 아직은 ‘이낙연 대세론’이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1강 2약’ 구도 속에서 김 후보는 이 후보에 대한 견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그는 2000년 한나라당 소속으로 여의도에 입성했으나 보수정당의 개혁성에 회의를 느끼며 탈당, 열린우리당에 합류했다. 오랜 기간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이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국무위원으로 활동했다.

민주당계 최초 대구 의원으로 지역주의 타파의 상징으로 대변되는 김 후보는 이 후보의 대세론 속에서 견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1일 부산·울산·경남 대의원대회 합동 연설회에서는 대선 주자로서의 대세론일 뿐 당장 내년 4월 치러질 재·보궐선거와 대통령선거, 지방선거까지 지휘하려면 임기 2년을 채울 수 있는 책임 있는 당 대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 의호 규명 법률 지원 등으로 ‘거리의 변호사’로 불린 박주민 후보는 기존 양강(兩强) 구도 흔들기에 나섰다. 박 후보는 2016년 문재인 대표가 영입해, 당내 대표적인 ‘친문’으로 분류된다.

박 후보의 전략은 당내 핵심세력인 친문, 나아가 2040 세대의 표심까지 흡수해 ‘언더독 효과’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언더독 효과는 사람들이 약자라고 믿는 주체를 응원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박 후보는 이번 당 대표 선거에서도 당장의 위기관리나 차기 대선 준비를 뛰어넘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후보와 박 후보가 이 후보를 뒤쫓고 있지만, 대세론을 형성한 이 후보를 넘어서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발을 들였으나 2003년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에서 분리될 때 민주당에 잔류할 것을 선택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다른 길을 걸었다. 또 2006년 민주당 원내대표 시절에는 참여정부를 ‘낙제 수준’, ‘반서민적 정권’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내 비주류였던 이 후보가 일약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로 발탁된 뒤다. 이 후보는 총리 시절 간결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사이다 화법’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후 유력 당권·대권 주자로 떠올랐다. 이 후보가 당 대표에 당선된 뒤 대선에 출마하려면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당헌에 따라 내년 3월 전에 사퇴해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이 후보의 대세론을 꺾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의 대세론속에 관심은 이 후보의 득표율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가 됐다. 이 후보와 2위와의 득표율 격차가 어느 정도가 될지가 관전포인트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지난달 29~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150명을 대상으로 당 대표 후보지지도(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를 조사한 결과 이 후보는 39.9%를 기록했다. 김 후보는 21.8%, 박 후보는 15.7%를 기록했다.

또한 리서치뷰가 미디어오늘 의뢰로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차기 당 대표 선호도(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를 조사한 결과 69.0%는 이 후보가 적합하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14.0%, 김 후보는 11.0%로 10% 지지율에 그쳤다.(각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제는 이 후보의 대세론 속 경선의 흥미가 반감됐다는 점이다. 전당대회는 지지층을 결집하고 지지율을 상승시킬 수 있는 ‘컨벤션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올해는 예외다. 전당대회는 예정대로 이달 2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지만, 코로나19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온택트(온라인+언택트)’로 진행된다.

이전보다 참여인원이 대폭 줄어든 탓도 있지만, 이 후보의 대세론과 함께 부동산 정국 등에 전당대회에 관한 관심이 뒷전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 측 관계자는 우려와 달리 현장의 열기는 뜨겁다고 전했다.

이경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5일 “코로나19로 인해 (전당대회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는데, 막상 현장에 계셨던 분들은 ‘사람이 이전만큼 많진 않지만 뜨거움은 여전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면서 “온라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서 (전당대회와 관련해) 당내에서 특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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