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7·10 부동산 대책 후속 입법 속전속결
수적우위 앞세워 야당 묵살·절차 생략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9일 수적 우위를 앞세워 7·10 부동산 대책 후속 법안을 각 상임위에서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7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다음달 4일까지 입법 절차를 마무리 짓겠다는 각오다. 표결 보이콧 등 파행 전략으로 맞섰던 미래통합당은 또다시 ‘장외 투쟁 카드’를 꺼내 들었다. 4·15 총선이 끝난 지 106일 만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176석의 거여(巨與)인 민주당이 브레이크 없는 폭주를 이어가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열린 전체회의에서 통합당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이른바 ‘임대차 3법'을 의결했다. 세입자 보호를 위한 것으로,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이 담겼다. 국토교통위원회는 전날 전체회의에서 전·월세 신고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로써 '임대차 3법'은 모두 상임위 문턱을 넘게 됐다.
민주당은 7·10 부동산 대책의 후속입법을 7월 임시국회 내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날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6%까지 올리는 종부세법과 다주택자가 주택을 양도할 때 중과세를 최대 72%까지 강화하는 소득세법, 법인 주택 양도소득세 세율을 인상하는 법인세법 개정안 등 ‘부동산 3법’을 의결했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지방세법 개정안,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부동산 후속입법 8개 법안이 각각 처리됐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지금 부동산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신속한 입법이 중요하다”며 “이미 20대 국회에서부터 논의됐기 때문에 추가논의보다는 속도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다음 달 3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의결, 본회의에 상정해 일괄적으로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본 회의는 법사위의 의결 소요 시간을 고려해 다음 달 4일에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계획대로 이 법안들이 무사히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76석의 거여를 앞세워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거여의 폭주를 경계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법안은 통상 상임위 안에 있는 소위원회에서 심사를 거친 뒤 상임위 전체 회의 표결로 이어져야 하는데, 민주당은 수적 우위를 앞세워 소위원회가 구성되기도 전에 전체 회의 표결부터 했다. 통합당은 부처 보고와 소위 구성없이 법안 상정부터 하는 데 대한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여당이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뒤로는 안하무인이 말도 못 한다”며 “개원 협상에서도 느꼈지만 최근 대정부질문에서 총리나 장관이 보인 오만불손과 청문회 자료 미제출 등 누가 청문을 하고 받는 사람인지 모를 정도의 도발”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어제(28일) 각 상임위의 일방 개의와 소위원회와 간사가 선임되지 않고 업무보고도 받지 않았다”면서 “제대로 된 토론 없이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영향 미치는, 특히 세금 관련된 사안을 함부로 처리하고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숫자의 힘으로 막을 수 없다. 마지막에 표결한다지만, 제대로 된 토론을 하고 부작용을 걸러야 하는데 이런 것 없이 일방적”이라며 “저는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의 끝이 어떻게 될지 확신하지만 국정 혼란과 국민의 피해는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통합당 내에선 장외 투쟁 카드를 다시 띄워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0대 국회에서 여론의 부정적인 기류를 감지했던 만큼, 통합당에게 있어 장외 투쟁 카드는 정치적인 부담일 수 있다. 민주당이 21대 국회 상임위원장 18개 자리를 독차지했을 때도 참았던 통합당이 다시 장외 투쟁 카드를 낸 것은 민주당이 의사일정에 대한 합의 없이 법안을 상정·처리한 것에 따른 부당함을 알리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홍문표 통합당 의원은 “더 깨지고 수모를 당하는 데 (참는데에도)한계가 있다. 상임위며 인사청문회가 무슨 필요가 있나. 이제 이대로 침묵을 지킬 때가 아니다”라며 “밖에 나가면 국민이 안 좋아할 거라고 참고 기다려왔는데, 기다린 이유가 뭐냐. 야당으로서 존재 가치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에게 알려서 현수막이라도 걸어야지, 아니면 소규모 집회라도 해야 한다. 당원이라도 불러서 울분을 알려야 한다”며 “이제 결단해야 한다. 가까운 시일 내 원내외 위원장 전체회의라도 해서 결단하는 순서가 남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