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잠룡’들이 여론조사 1위인 이낙연 의원을 견제하고 나섰다. 특히 이번 4·15 총선에서 당의 요청으로 텃밭인 김포를 떠나 경남 양산을에 출마해 당선된 김두관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정치적 현안에 목소리를 높이며 세력 확장에 나선 모양새다.

이 의원을 제외한 여권 내 잠룡은 김 의원을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광재 의원, 김경수 경남도지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임종석 전 청와대 실장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하려는 이 의원에 맞서 물밑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인물은 김 의원이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경남 양산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애초 그는 2010년 민주당에서는 처음으로 경남도지사에 당선돼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다. 이후 김 의원은 2012년 당 안팎의 비판에도 도지사직을 내려놓고 대권에 도전해 지지세력을 잃었으나, 민주당에서 ‘험지’로 여겨지는 경남 양산을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또다시 대권 반열에 오르게 됐다.

험지에서 생환하면서 대권 재도전의 동력을 확충한 김 의원은 최근 SNS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윤미향 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논란과 기본소득제도 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다.

특히 김 의원은 당권과 거리를 두며 다른 주자들에 대한 견제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에 출연해 “8월 전당대회에서 뽑힌 당 대표가 내년 3월9일에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그만둬야 한다면 또다시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며 “미증유의 경제위기가 도래한 상황이고, 포스트코로나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데 집권당이 1년 내내 전당대회만 하고 있을 순 없다”고 우려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이 당내 세력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친노무현으로 분류되는 김 의원은 201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비문으로 분류돼 ‘친문’(친 문재인) 인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그는 당내 지지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경남도당 위원장 자리를 노렸으나 불발됐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12일 “그동안 당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던 김두관 의원이 21대 국회에 들어 본격적으로 당내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SNS 등에 잇따라 강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자신만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보다는 여권 정치인들이 흔하게 하는 발언을 이따금 내놓고 있어서 대권을 노린다고 하기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주목도를 높이려 하는 것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등에서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후보가 여럿 국회에 입성하면서 당내 우군을 확보한 박원순 서울시장도 세력 확장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 시장은 지난 7일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의원들과 만찬을 했다. 박원순계에는 박홍근, 남인순, 기동민, 김영호 의원 등이 있다. 이 자리에서는 박 시장의 향후 진로 등과 관련한 대화도 오갔으나, 박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시정이 바쁘게 돌아가는 점 등을 고려해 확대 해석을 경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지사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4월부터 경기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씩을 재난기본소득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히는 등 실력발휘를 하며 대권 주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은 지난 4월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합동 해단식에서 인사말하는 이 의원. 사진=연합뉴스
여권의 잠룡들이 이낙연 대세론에 맞서 잇따라 견제구를 던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권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인물은 이 의원이다.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 동안 대권 주자 선호도를 자유 응답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이 의원은 28%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5월과 동률로 두 달 연속 최고치이며, 갤럽 조사에서 6개월 연속 전국 선호도 20%를 넘긴 것이다.

이 의원은 서울(22%), 인천·경기(30%), 대전·세종·충청(25%), 부산·울산·경남(24%) 등 대부분 지역에서 높은 지지를 기록했다. 특히 광주·전라 지역에서는 49%의 지지도를 획득했다. 구·경북 지역에서는 17%였다. 연령별로도 30대(25%), 40대(33%), 50대(33%), 60대 이상(30%) 등 전 연령층에서 고른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조사보다 1%포인트 오른 12%를 기록하며 2위를 차지했다. 1위인 이낙연 의원과는 16%포인트 차이다.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2%), 홍준표 미래통합당 의원(2%), 박원순 서울시장(1%),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1%), 윤석열 검찰총장(1%),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1%), 오세훈 전 서울시장(1%) 등으로 나타났다. 특정인을 답하지 않은 응답자는 43%였다.

이번 조사는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8606명에게 접촉, 1000명이 응답한 결과다. 응답률은 12%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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