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영·박용진 '헌법 상충' 주장…윤리심판원에 깊은 숙의 요청

김남국·정청래, 강도 높게 비판…"당론 위반, 당에 있을 필요없어"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에서 당론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에 기권표를 던진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한 뒤 사분오열하고 있다.

금 전 의원이 재심을 청구한 가운데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당 핵심세력과 친문(親文)세력은 재고의 여지가 없다는 뜻을 거듭 밝히며 논란을 잠재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처사’라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어 당 윤리심판원이 판결을 뒤집을 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혜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금 전 의원의 징계 건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헌법상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면서 “대의민주주의하에서 정당 민주주의의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하느냐에 대한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지난 3일 금 전 의원을 징계할 시 헌법 가치를 따르는 국회법과 충돌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 지 이틀 만이다.

김 최고의원은 “국회법을 보면 ‘의원은 소속 정당의 의사에 귀속되지 않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지난번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헌법 정신을 실현하라는 완곡한 표현을 썼지만, 헌법과 국회법 침해 여지가 크다는 게 개인적인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의원은 오신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사·보임 결정과 관련, 문희상 전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청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문도 인용하며 국회의원의 표결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 전 의원과 관련된 문제는 대의제를 한 단계 성숙시키고, 정치 문화 혁신에 있어 대한민국을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할 사건”이라며 “당 윤리심판원이 재심에 있어 헌법적 차원의 깊은 숙의를 해주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에 이 대표는 “우리 당이 지나치게 비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한 것 같다”며 “2년 동안 당 대표로 있었는데, 그동안 당을 비민주적으로 운영했다는 생각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반박했다.

금 전 의원의 징계를 두고 대립하고 있는 것은 비단 김 최고의원과 이 대표뿐만이 아니다. 박용진 의원은 지난 3일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서 “이해찬 대표가 말한 강제적 당론은 민주당의 당헌·당규에 규정돼 있지 않다”며 “당론을 지키지 않는 당원을 모두 당 윤리심판원에 보낼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꼬집었다. 조응천 의원도 지난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회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소신을 갖고 한 판단을 징계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 전 의원에 대한 징계를 철회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많다. 정청래 의원은 지난 4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당론을 어긴 금 의원에 ‘경고’ 처분이 아닌 중징계가 내려졌어야 했다고 밝혔다. 또 김남국 의원은 지난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금 전 의원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담긴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김 의원은 금 전 의원을 향해 “이기적이고 표리부동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라”고 지적했다.

한편 당 윤리심판원은 지난달 25일 회의를 열고 금 전 의원에게 경고 처분을 내리며 “소신을 이유로 표결 당시 기권한 것은 당규 제7호 14조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에 금 전 의원 측은 지난 2일 재심을 청구했다.

금 전 의원 측 관계자는 “국회의원의 표결을 두고 당에서 징계 처분을 내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면서 “당규에도 국회의원이 당론 위반하면 징계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존재하지 않는다. 당규 적용도 잘못되고 전례도 없다. 헌법과 국회법 규정 그리고 당의 강령에도 어긋난다는 내용을 담아 재심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금 전 의원의 징계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재심 결과는 다음달 쯤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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