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적 논쟁보다 실질적 해결책 제시" 약속

"시대전환의 내재적 가치 드러내는 데 집중"

"국회의원, 특권보다 더 많은 책임 부여해야"

시대전환 조정훈 당선인.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2014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공습해 대규모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세계은행에서 일하고 있던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양측의 갈등을 중재하는 평화 실무협상에 참여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던 그는 국가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 고민했고, 우리나라를 위해 일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후 한국으로 돌아왔고, 시대전환이라는 정당을 창당해 현실정치에 발을 담갔다.

‘유능한 협상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조 의원은 지난달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데일리한국과 인터뷰에서 “생계형 국회의원이 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보다는 의정활동을 펼칠 앞으로의 4년에 집중, 자신과 시대전환이 가진 내재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힘쓰겠다는 각오다.

그는 “대한민국의 핵심 키워드는 생존이고, 지금의 결정이 멸(滅)로 갈지 생(生)으로 갈지를 결정한다”며 “소모적인 논쟁에 집중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은 재정과 경제 정책을 다루는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2순위로는 산업, 통상, 자원에 대한 정책을 다루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를 꼽았다. 전문성을 발휘,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대한 방향성 등의 담론을 형성하는 데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그는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3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세계 3대 국제경제기구로 꼽히는 세계은행에서 10년간 일했다.

다음은 이념적 대결이 아닌 ‘생활 정치’를 펼치겠다는 꿈을 안고 21대 국회에 진출한 조 의원과 일문일답. 조 의원은 이번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입당, 당선된 뒤 지난달 13일 원 소속 정당인 시대전환으로 돌아갔다. 비례대표 의원이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하지만, 제명되면 의원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당적을 옮길 수 있다.

시대전환 조정훈 당선인.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 국회의원 당선 후 어떤 일정을 보냈나?

정신없이 보냈다. 의원실도 꾸리고, 어떤 상임위에 들어갈지 고민도 했다. 선거를 함께 치러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며 ‘초심’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모두들 ‘초심을 잃지 말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최근 한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노래 경연 프로그램에 남성 국회의원 대표로 출연 제의를 받기도 했는데, 거절했다. 인지도보다 국민이 보내준 기대를 환치해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 누구도 비난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냈다. 특정인을 비난하는 성명은 논쟁일 뿐이다.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해결책을 제시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 4·15 총선을 통해 시대전환의 인지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당의 방향성과 추구하는 목표 등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대전환은 어떤 당인가?

당명이 시대전환이지만, 사실 시대는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멸(滅)할지 생(生)할지 결정된다. 그런 의미에서 플랫폼 근로자들과 같은 비정규직 근로자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두려움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모두를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비정규직이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세상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 밖에도 경제·남북관계·교육· 복지 등의 패러다임도 전환, 실현 가능한 정치를 펼치는 게 목표다.

▶ 시대전환을 거여로 분류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재난기본소득 지급하는 데 있어 민주당 내에서 의견이 갈리는 것을 보며 과거와 미래세력이 공존한다고 생각했다. 한 발자국 앞서 가는 ‘정책의 실험수’를 목표로 했기 때문에 미래세력과는 적극적으로 손잡을 계획이다. 다만 범진보는 모자이크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대전환이 민주당과 같은 색깔을 추구하고 방향성을 지향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이념을 떠나 국민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생활정치를 펼치고 싶다. 백문이 필요 없다. 조정훈과 시대전환이 어떻게 정치를 하는지 보여드리겠다.

▶ 정치인이 돼야겠다고 마음먹은 시점은 언제인가?

2014년 세계은행에 근무했을 당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중재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악의 축’이라고 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Hmas)를 대상으로 협상도 벌였다. 그 과정에서 국력이 부족하면 치욕스러우면서도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국가의 역할과 위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며, 우리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016년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남북관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힘썼다. 1만2000시간 정도를 쏟아 부었던 것 같다. 1년에 120일 이상 출장을 다니고, 국제사회에서 가족들과 편한 삶 살았던 한 협상가가 정치인이 돼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다.

▶정치인 조정훈의 ‘초심’은 무엇인가?

국회의원은 우리 국가와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한 발자국 앞서 담론을 형성,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사람이라 생각한다. 내 앞에도 마이크가 놓였다.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 내 생각을 공유할 기회를 국민께서 주신 셈이다. 세계은행 근무 시절 국가 간 분쟁을 중재한 것을 시작으로 경제 분야와 남북관계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경험하고 배웠던 모든 것을 쏟아내고 싶다.

▶ 희망하는 상임위는 어디인가?

코로나19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제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담론을 형성해야 할 때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기재위와 산자위를 희망하고 있다.

시대전환 조정훈 당선인.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 국회의 입법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의회 권력은 지금보다 더 강화돼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을 대상으로 보면 대통령제보다 의원내각제를 채택, 적용한 국가의 경제 수준이 더 높다. 특히 양당제보다 다당제 형태의 국가에서는 분쟁이 적다. 합의가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국회도 의원부터 보좌진까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이들로 구성돼야 한다. 나아가 분쟁을 줄이는 차원에서 ‘연정’ 등도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 국회의원의 특권을 타파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특권이라는 단어에서부터 부정적이다. 국회의원 한 명이 입법기관이라는 특권에서 비롯된 문제인데, 이를 해결하긴 쉽지 않다.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려 바꾸기보다는 특권보다 더 많은 사회적 책임을 부여하면 된다. 외국에서 비행기를 타면 많은 사람이 군인에게 편하게 쉬라며 비즈니스 클래스를 양보한다. 박수를 쳐주기도 한다.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이건 자신의 역할이 특권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국회의원의 특권을 없애기보다는 사회적인 책임을 부여, 가치를 인정하는 게 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싶다.

▶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우리 대한민국은 문 정부가 들어선 뒤 덕을 본 게 많다. 특히 안보 분야에 대해서는 모든 국민이 인정하고, 손뼉 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창올림픽 전에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려 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막아냈다. 안보에 중점을 둔 덕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도 잘 극복하고 있는 것 같다. 국민에게 꾸밈없이 상황을 공유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태도 때문인 것 같다. 아쉬운 점도 있다. 적폐청산, 노동과 산업. 성장과 분배의 대립 등이다. 임기 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문 정부는 차기 정부가 풀어야 할 문제를 명백하게 노출한 것이라 본다.

▶ 4년 뒤 지역구에 도전할 계획이 있는가?

아직 특별한 계획은 없다. 무조건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히는 게 좀 웃기다. 정치인 조정훈의 활동을 국민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중간 성적표’를 받고 싶다. 낙제점이면 더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반대의 경우라면 국가에 도움이 될 일을 이어가고 싶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긴 어려워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시대전환이 가진 내재적 가치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데 힘쓰려 한다.

▶ 국회의원이 된 뒤 가족들이 어떤 응원메시지를 보내줬나?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을 꼽으라고 하면 아내와 결혼한 것이다.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아이는 엄마의 가슴에서 크고, 아빠의 어깨를 보며 성장한다’는 인도 속담이 있다. 아이는 아빠의 생활을 보며 성장한다는 말이다. 바쁜 아빠의 변명일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 딸들이 왜 아빠가 미친 듯이 뛰어다녔는지 이해할 때가 왔으면 좋겠다. 최소한 ‘아빠처럼은 살아야겠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생계형 국회의원이 되고 싶지 않다. 정치는 내가 이제까지 살아가며 얻는 경험과 교훈을 우리 사회에 돌려주는 시간이고, 이를 소진하면 그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정치인 이후 또 다른 인생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 있는가?

정치는 정의를 다루는 영역이다. 아리스토텔레스적 정의인데, 이 영역에 사랑이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애를 제도화할 수 있는 ‘공동체’ 분야에 힘쓰고 싶다.

▶ 눈여겨보는 초선 의원이 있는가. 있다면 누구인가?

강선우 민주당 의원이다.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선거 과정에서 한두 번 봤는데, 민주화와 산업화를 거친 그 이후의 시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복지 분야에 특화된 인물인데, 개인의 관심사와 사회의 공익이 합쳐지면서 긍정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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