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의원중 최연소…최고령 김진표 의원과 44세 차

‘장시간 노동’ 유발 포괄임금제 폐지 추진…환노위 희망

4년 후 판교 테크노밸리있는 경기 분당갑 출마 가능성↑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된 류호정 당선인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한국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54.09세. 21대 국회의원선거 당선인들의 평균 나이다. 20대 국회(55.5세)보다 0.6세가량 젊어졌다. 이 가운데 가장 젊은 당선인은 정의당의 류호정 당선인으로, 올해 만 28세다. 최고령 당선인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44세 차다.

정의당의 비례대표 1번에 이름을 올린 뒤 국회 입성을 앞둔 그는 지난 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일상 속의 권력을 해체, 청년들이 겪는 부조리한 부분들을 해결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강점을 발휘해 국회의원이 가진 권한을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고, 소신 있는 발언과 행동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보기술(IT) 업계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공짜 노동을 유발하는 포괄임금제 폐지 제도화를 추진, 이를 위해 환경노동위원회에 들어가고 싶다고 희망했다.

류 당선인은 노동자의 울타리가 되겠다는 계획과 함께 4년 후 지역구에 출마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지역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거주지인 판교 테크노밸리 인근에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판교 테크노밸리는 그가 직장생활을 했던 곳이자 거주지로, 지역구로는 경기 성남 분당갑에 속한다. 이번 총선에서는 김은혜 미래통합당 당선인이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다.

류호정 정의당 당선인이 노동절(5월1일)을 맞아 노동자의 행복과 무사를 기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류호정 당선인 제공
다음은 정의당 비례대표 추천순위 1번으로 당선돼 헌정 사상 최연소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된 류호정 당선인과 일문일답.

▶ 당선된 뒤 어떻게 보냈나?

당선된 뒤 인터뷰가 늘었다. 최연소 당선인이라서 그런지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는 것 같다. 청년 노동자라는 이미지가 있다 보니 제보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 제보는 주로 IT업계 쪽에 집중돼 있다. 국회에 들어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계획도 세우고 있다. 또 코로나19 이후 노동자의 고용 불안이 높아져 현안과 관련한 공부도 하고 있다. (지역구 의원을 포함한 헌정 사상 최연소 국회의원 기록은 고 김영삼 대통령이 갖고 있다)

▶ 당선인이 생각하는 정치는 무엇인가?

정치는 사회적 약자의 무기라고 생각한다. 직장에 다녔을 때 부조리한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별난 직원으로 찍혔었다. 하지만 후보자일 때 들어온 제보를 바탕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변화의 움직임을 보면서 국회의원의 권한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청년 정치인으로서 바꿔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청년이기 때문에 더 공감할 수 있고, 잘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있는 것 같다. 국회에도 이상한 의전들이 있다. (사람에 따라) 들어가는 입구가 다르기도 한데, 이런 일상 속의 권력부터 해체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조리함을 해결하면 청년들이 겪는 문제도 많이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 그렇다면 20~30대 청년들이 가진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먹고 살 문제다. 20대에는 학자금 대출을 갚는 데 급급하다. 경제적 독립을 꿈꾸는 30대에는 집부터 결혼 문제까지 고민의 연속이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 취업해 사회에 나가는 평범한 삶을 사는 게 어렵다. 틀릴 수 없는 기회를 갖지 못하고 여유 없이 살아가는 게 문제다. 근본적인 원인은 불평등이다.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면 청년들의 고민도 해소된다.

▶ 어떤 방법으로 사회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보는가?

가장 먼저 다주택 증여세 등을 통해 주거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이익분배 문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문제 등의 노동문제가 먼저 해결되지 않으면 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 본인의 강점은 무엇인가?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은데 가진 게 없다. 기득권도 없고, 차려야 할 체면도 없다. 그래서 좀 더 의로움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이해관계가 정치할 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익단체들의 눈치를 보는 것 등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그런 게 없다. 그래서 좀 더 소신 있게 발언하고 행동하고, 또 옳음을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선거 당시 ‘젊은 노동, 진보정치 업데이트’이라는 슬로건을 걸었다. 또 ‘심상정을 뛰어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젊은 노동, 늙은 노동으로 나눈 게 아니다. 내가 젊은 노동자라는 의미로 쓴 것이다. 심상정 대표를 뛰어넘겠다는 것은 청년 정치인의 포부 같은 멘트였다. 많은 분이 물어봤는데, 비장한 의미는 없다.

▶ 20대 국회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21대 국회에 입성한다면 어떤 국회로 만들고 싶나?

(20대 국회는) 싸우는 국회였다. 싸우다 보니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잘 알 수 없었던 국회였던 것 같다. 앞으로는 일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 정치는 우리 일상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멀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아 일상의 언어로 국민께 알릴 수 있는 소통채널을 운영해보고자 한다.

▶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이 확정됐는데,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이 거둔 성적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번 총선에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많이 훼손된 것 같다.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얻은 의석은 전체(300석)의 2%지만, 국민께서 정의당에 10% 가까운(9.67%) 지지를 보내주셨다. 청년 할당이라는 정의당의 방침이 있어 앞번호를 받게 됐는데, 당원분들의 희생과 헌신을 알고 있어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 짓눌리지 않고, (의석수보다) 몇 배 많은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많이 훼손됐다고 했다.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완전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우선 위성정당 문제부터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을 막기 위해 더불어시민당을 어쩔 수 없이 만들 수 밖에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지만, 국회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다.

▶ 최연소 당선인이다. 국회에 입성하면 나이 차이가 많은 동료 의원과 소통해야 한다. 부담은 없나?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편하게 나눌 수 있을지 고민은 된다. 동료 의원이고, 같이 일을 해서 편하게 다가갈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다.

▶ 희망하는 상임위가 있는가?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 가고 싶다. 정의당에서 환노위가 가장 인기가 많아 실제로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의당 경선 기간에도 이야기했는데 IT업계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공짜노동을 유발하는 포괄임금제 폐지 제도화를 추진하고 싶다. 환노위를 가든 혹은 가지 않던 정의당의 주요 정책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발표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상임위가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1호 법안이) 좀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 만약 환노위에 가게 된다면 포괄임금제 폐지 제도화를 1호 법안으로 내고 싶다.

▶ 우리나라에서 노동자의 위치는 어느 정도에 있다고 보는가?

노동자의 위치를 높고 낮음으로 표현하는 게 싫다. 그냥 살고 싶은 대로 살아도 되는 사회였으면 좋겠는데, 이 사회는 자꾸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라고 한다.

▶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에 대해 사과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사과라는 말로는 아직 부족하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진정한 사과인 것 같다. 솔직히 (삼성 해고노동자인) 김용희님은 아직도 철탑에 올라가 계시지 않나. (이 부회장이) 피해자 한 분 한 분을 찾아뵙고 사과드려야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 4년 뒤에 지역구에 출마할 계획도 갖고 있나? 출마한다면 어디에 도전하고 싶나?

정의당의 비례대표는 비례성만으로 활동할 수는 없다. 지역구를 돌파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 4년 뒤에는 지역구에 출마할 것 같다. 판교 테크노밸리 쪽에 (출마할) 가능성이 크긴 하다. 이전에 일도 했었고, 거주하고 있는 곳도 이쪽이지만 좀 더 고려해 봐야 할 것 같다.

▶ 눈여겨보는 초선 당선인이 있다면?

전용기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에게 눈길이 간다. 90년대생이고, 같은 20대다 보니 같이 인터뷰를 하면서 여러 번 뵐 기회가 있었다. 그분이 만들어갈 사회가 궁금하다.

▶ 정치신인으로 국회에 입성하는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각오의 한마디를 한다면?

코로나19로 고용불안이 높아진 틈을 타 갑질을 하는 등 부조리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노동자들의 울타리가 되고 싶다. 그래서 21대 국회가 끝날 쯤에는 ‘필요할 때 곁에 있었던 정치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활동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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