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맞춤형 정책에 역점" 당 체질 개선 강조

"전체 의견 수렴하지 않은 김종인의 '40대 기수론' 부적절"

"발전 가능성있는 농경·산림지역 규제 완화할 것"

4·15 총선에서 경기 여주·양평에 출마해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김선교 당선인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한국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준영 기자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파란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의석이 결린 경기도도 파란빛으로 물들었지만, 경기 여주·양평은 몇몇 예외중 하나였다. 현역 의원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되면서 여야 후보 간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예상을 뒤집고 김선교 미래통합당 당선인은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을 지낸 최재관 민주당 후보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득표 차는 14.8%포인트였다.

9급 면서기로 시작해 3선(민선 4·5·6기)의 양평군수를 지낸 데 이어 여의도 입성에 성공한 입지전적 인물인 김 당선인을 지난 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 당선인은 “통합당이 이번 총선에 이렇게 적은 의석수를 얻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단순히 청년 후보자를 내세우는 것이 아닌 젊은층을 위한 맞춤형 정책을 마련하는 데 역점을 두고 당을 바꿔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 내정자가 주장한 ‘40대 기수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비대위원장의 권한을 넘어서는 발언인 데다, 총선 패배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 속 특정 인물을 대통령선거 후보로 내세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8일 실시되는 통합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반 김종인을 내세우는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는 없다).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은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얻은 19석을 포함해 103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김 당선인은 “지금은 대선 후보로 특정인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당의 이미지나 쇄신 등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면서 “전체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40대 기수론을 주장한 것은 비대위원장의 범주를 벗어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주·양평 시민들에게 선택받은 만큼, 지역발전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농경과 산림으로 이뤄져 있어 제약이 많은 만큼, 발전 가능성이 있는 일부 지역의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1호로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당선인은 “군수 시절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접근이 쉽지 않았던 두물머리와 버려진 하천부지였던 세미원을 단장해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든 점 등이 강점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면서 “여주·양평 시민들의 선택을 받아 국회의원이 된 만큼, 21대 국회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나 국토교통위원회에 들어가 지역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4·15 총선에서 경기 여주·양평에 출마해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김선교 미래통합당 당선인의 선거 유세 현장. 사진=김선교 당선인 제공
다음은 이번 총선에서 ‘두배강추’(두둑한 배짱, 강한 추진력)라는 슬로건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흔든 김 당선인과 일문일답.

▶ 최재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고 54.9%의 득표율을 얻으며 승리했다. 당선인은 결과를 예상했나?

민주당 후보보다 공천이 다소 늦게 결정됐다. 여론조사를 100% 신뢰하진 않았지만, (상대 후보와) 격차도 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대면 선거운동도 제한됐다. 재난기본소득 지급이 결정되면서 중도에 계셨던 분들이 민주당 쪽으로 등을 돌린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하지만 양평 군수를 세 번이나 지내 주민 대부분이 ‘김선교’라는 이름을 알고 계셨고, 세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흐름을 읽을 수 있게 돼 크게 긴장하진 않았다.

▶ 20대 국회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선거 유세 기간 ‘싸우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제 21대 국회에 대한 국민의 바람은 여야가 싸우지 않고 합리적으로 국회를 운영하는 것이다. 사실 통합당이 이번 총선에 이렇게 적은 의석수를 얻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민의 바람을 어떻게 실천으로 옮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열정을 가지고 일을 추진하면 국회의원 활동도 잘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4·15 총선 결과 통합당이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쇄신이 필요하다면 어떤 부분을 지목하고 싶은가?

젊은층을 공략해야 한다. 단순히 청년 후보자를 내세우는 것이 아닌 이들을 위한 맞춤형 정책을 마련하자는 이야기다.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당의 체질을 개선하는데 주력하지 않으면 젊은층에 인식된 통합당의 (부정적인)이미지를 벗어날 수 없다. 이 부분에 역점을 두고 당을 바꿔 나갈 계획이다.

▶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 내정자가 주장하는 ‘40대 기수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 내정자는 비례대표를 5번이나 하셨고, 장관도 하셨다. 경력이 다양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통합당의 이미지나 쇄신 등에 대해 충분히 생각한 뒤 밝힌 발언인 지 모르겠다. 대선 후보로 특정인을 내세울 때가 아니다. 여러 가지 과정을 하나하나 거친 뒤 전체 의견을 수렴했을 때 대선 후보도 거론할 수 있다. 대선 후보가 40대가 됐던, 50대가 됐던, 60대가 됐던 이는 중요하지 않다. 전체 의견을 듣지 않고 40대 기수론을 주장한 것은 비대위원장의 범주를 벗어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

▶ 국회에 들어간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고, 희망하는 상임 소관위는 어디인가?

여주와 양평은 수도권에서 가장 규제가 많은 지역이다. 농경과 산림으로 이뤄져 있어 발전이 제한돼 있는 만큼, 규제 개혁 법안을 1호로 발의할 계획이다. 전체적으로 규제를 풀자는 게 아니다. 발전 가능성이 있는 일부 농경진흥지역과 산림보전지역의 규제를 완화하자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 21대 국회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나 국토교통위원회를 맡고 싶다. 군 복무 단축 등 안보 문제를 비롯해 포퓰리즘에 젖은 경제,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에게 혜택을 더 줄 수 있는 선택적 복지 등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

▶ 본인만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 양평군수 시절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접근조차 쉽지 않았던 두물머리와 버려진 하천부지였던 세미원을 새롭게 단장했다. 지금은 수많은 관광객이 두물머리와 세미원을 찾고 있다. 세미원은 지난해 9월 경기도 지방정원 제1호로 등록되기도 했다. 이제 이 세미원이 국가 정원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추진하지 못한다면 나라와 지역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과감한 시도를 펼치려 한다.

▶ 눈여겨보는 여당 초선 당선인이 있다면 누구인가?

기초단체장 출신인 김영배(서울 성북갑·전 성북구청장), 이해식(강동을·전 강동구청장) 등을 눈여겨보고 있다. 한 명을 꼽자면 경기 광명을의 양기대 당선인에게 관심이 간다. 광명 시장 시절 40년 된 폐광을 ‘광명동굴’로 개발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했다.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지만, 광명동굴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었다는 데서 ‘뭔가 할 수 있는 사람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야를 떠나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 올바르지 않은 길로 간다면 바른길을 알려주고 싸우지 않은 게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 정치신인으로 국회에 입성하는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당선자를 지지해준 유권자들에게 각오의 한마디를 한다면?

국회의원이 국가를 위해 일한다고 하지만, 여주시민과 양평군민의 지지가 없었다면 국회의원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몰입과 집중을 통해 지역이 발전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 어려운 시기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준 여주시민들과 양평군민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 국회에 들어가면 여러 가지 일로 자주 찾아뵙지 못하겠지만, 틈틈이 시간 내 소통하고 교감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