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이상설 일주일·건강위중설 하루’…반응 없는 北

국내외 각국은 ‘확인 안 된다’는데…언론만 위독설 제기

김정은 과거 40일간 잠행·北 관련 오보도 빈번했던 전례

지난 1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건재한 걸까. 김 위원장의 신변이상설이 퍼진지 일주일이 지났고, 건강위중설이 확산된 지 하루가 지났지만 북한은 22일까지 아무런 공식 반응을 내지 않고 있다.

21일 국내외 언론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잇달아 보도했다. 미국 CNN은 “김정은이 수술 후 위중하다”고 전했고, 한국의 북한전문매체인 데일리NK는 구체적으로 김 위원장이 심혈관 시술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들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와 북한의 최대명절인 태양절(김일성 생일·4월 15일) 금수산궁전 참배에 별다른 이유 없이 불참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집권 후 한 번도 금수산궁전 참배에 참석하지 않은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건강이상설은 그럴 듯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이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을 일체 보도하지 않는 가운데 국내외 각국은 김 위원장의 행방을 모른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21일부터 연이틀 “북한 내 특이 동향이 없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우리는 모른다”고 말했고,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언론 보도와 전개되는 상황을 모니터하고 있다”고만 했다. 북한 혈맹국인 중국은 이날 대변인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위중설에 대해 “보도의 출처가 어딘가”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동선과 신변이 국가적인 극비 사안인 점에 비춰보면 위중설 자체가 오보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 출신 태구민(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인(서울 강남갑)은 “김일성 국가주석이 지난 1994년 7월 8일 오전 2시 사망했을 때 당시 북한에서 이를 알고 있었던 사람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라고 지적했다. 외신에서 김 위원장의 위중과 심지어 구체적인 시술 내용까지 아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특히 이번 위중설을 보도한 미 CNN의 경우, 지난 2014년 11월에도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가 남편 장성택 처형 후 사망했다고 보도했지만, 김경희는 지난 1월 김 위원장과 함께 북한 설 명절 기념 공연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생존이 확인됐다. 또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리수용 당 부위원장,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도 2013년 장성택 사망 후 처형 보도가 나왔지만, 모두 오보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것이 공식 석상의 마지막 활동이다. 11일째 잠행 중이다. 김 위원장의 잠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의 위중설은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그의 지난 2014년 40여 일 잠행은 발목 수술로 인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북한 매체들은 당시에도 다양한 신변이상설에 대해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 원장은 22일 “김 위원장이 11일부터 지금까지 안 나타났다고 하는데 지난 주말까지 지방 행사들을 참관했다는 얘기들이 신빙성 있게 나온다”면서 “그렇다면 중태에 빠진 시기가 2~3일밖에 안 될 수 있다. 은폐된 북한을 그 정도 빠른 시간 내에 디테일한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긴급한 때가 되면 최고지도자 권한을 대행하도록 준비해왔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요미우리신문은 22일 한국·미국·일본 협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말 평양에서 노동당 중앙위 총회가 개최됐을 때 김 위원장이 사망 등으로 통치할 수 없게 될 경우 ‘권한을 모두 김여정에게 집중한다’는 내부 결정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3월 이례적으로 자신의 명의로 남북·북미 관계에 대한 담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3대 세습 국가인 북한에서 여성 지도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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