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본 크기 늘린 19~20대 총선 때도 예측 실패

사전투표율 높아져 이번 총선 출구조사 적중 전망 기대↓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율이 26.6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지상파 방송3사(KBS·MBC·SBS)의 출구조사 신뢰도에 비상이 걸렸다. 유권자 4명 가운데 1명이 투표를 마친 셈이지만, 공직선거법상 이들의 표심이 출구조사에 반영되지 않는다. 실제 예상투표율(60%대)로 보면,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중 40% 정도가 출구조사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 셈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려 속 유권자들이 대면 답변을 기피, 응답률이 낮을 수 있다는 변수 등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총선 때마다 비싼 비용과 대규모 인원이 동원되는 데도 예측에 실패했던 만큼, 이번에도 실제 개표 결과와 크게 다를 시 출구조사의 효용성에 의문을 가지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11일 진행된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는 전체 4399만4247명 가운데 1174만2677명이다. 앞서 치러진 20대 총선 때(12.19%)와 비교하면 배 이상 높아진 수준이다.

한국방송협회 산하 방송사공동예측조사위원회(KEP) 측은 여러 분석 툴로 데이터를 보정하는 데다 선관위 투표소 운영방침에 준하는 수준으로 대비한 만큼 정확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전망은 어둡다. 총선 출구조사는 전국 단위인 대통령 선거나 권역 단위로 진행되는 지방선거보다 지역구 단위가 좁아 표본확보가 어려워 적중률이 떨어진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출구조사는 15대 총선 때부터 이뤄졌으나 18대까지 번번이 예측에 실패하면서 ‘헛스윙’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번번이 ‘체면치레’에 실패한 방송 3사는 출구조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2012년 19대 총선 때부터 대상 지역을 전 지역구로 확대했다. 출구조사 원자료를 바탕으로 사전 여론조사와 전문가의 분석 등을 취합해 각 방송사는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과 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이 비슷한 의석수를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각 방송사가 예측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의석수는 △KBS 131~147석, 131~147석 △MBC 130~153석, 128~148석 △SBS 126~151석, 128~150석이었다. 개표 결과 새누리당은 152석, 민주통합당은 127석을 차지했다. 새누리당의 의석수는 MBC만 맞췄고, 민주통합당의 의석수는 어느 방송사도 맞히지 못했다.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도 방송 3사의 예측은 빗나갔다. 각 방송사가 예측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의석수는 △KBS 121~143석, 101~123석 △MBC 118~136석 △SBS 123~147석, 97~120석이었다. 국민의당 예상 의석수는 △KBS 34~41석 △MBC 32~42석 △SBS 31~43석이었다.

국민의당은 38석을 획득, 방송 3사의 예측 범위 안에 들어갔다. 하지만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선전, ‘여대야소’ 형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민주당이 123석을 차지하며 원내 1당을 차지했다.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었다.

총선 출구조사 정확도가 떨어지다보니, 여론조사의 '무덤'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가 됐다.

김준석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5일 “총선 출구조사의 경우 지역구 단위가 좁아 표본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데다 이번에는 만 18세 유권자의 등장,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일부 재외국인 투표 불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사전투표율 등이 변수로 등장해 후보자의 당락을 예측하는 데 있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면서 “특히 박빙의 선거구에서는 당선이 뒤바뀌는 사례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방송 3사는 이번에도 72억원을 투입해 출구조사에 나선다. 이는 선거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투표소 1만4000곳 가운데 2300여곳에서 투표자 60만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출구조사원은 한국리서치, 코리아리서치, 입소스주식회사 등 3개 조사기관에서 동원된 1만3000명이다.

결과는 투표 마감 시간인 오후 6시 방송을 통해 공표된다. 방송3사 이외 언론사는 정당별 의석수를 오후 6시10분부터, 각 지역구 당선자 예측 결과는 오후 6시30분부터 인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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