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 관록' 나경원 뒷심 발휘하는 양상…치열한 접전 전망

4·15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자존심이 걸린 대결이다. 4·15 총선에서 여성 판사 출신 간 대결이 성사된 서울 동작을 지역구 얘기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통합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강남구'에서도 당선자(강남을)를 배출하며 선전했지만, 동작을에서는 또 한번 패배의 아픔을 맛봐야 했다. 2014년 재보궐 선거에 이어 두번째 패배였다.

통합당에서 동작을 지역구를 6년 동안 지킨 수문장은 나경원 전 원내대표다. 나 전 원내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3선(통산 5선)에 도전한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나 전 원내대표는 차기 통합당의 유력한 대표 후보로 떠오를 전망이다.

2008년 18대 총선 이후 동작을에서 승리하지 못한 민주당은 나 전 원내대표의 대항마로 이수진 전 판사를 투입했다. 나 전 원내대표의 나이·성별·직업 등을 고려한 전략으로, 이곳을 기필코 탈환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표적 공천이었다.

나 전 원내대표(사법시험 34회·사법연수원 24기)와 이 전 판사(사법시험 40회·사법연수원 31기)는 모두 판사 출신이지만, 걸어온 길은 다르다.

1963년생인 나 전 원내대표는 나채성 흥신학원 이사장의 장녀로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평탄한 성장 과정을 거쳤다. 나 전 원내대표와 서울대 법대 동기인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2011년 발간된 대담집 '진보집권플랜'에서 나 전 원내대표에 대해 "대학 시절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는 모범생이었다"며 "노트 필기를 잘해서 가끔 빌려 쓰기도 했다"고 기억했다.

1968년생인 이 전 판사는 유년기에 가난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판사의 어머니가 수술할 돈이 없어, 학교 교사들이 성금 모금을 위해 지역 신문에 제보한 일화가 있을 정도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전 판사는 1998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판사로 일해 왔다. 판사 시절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 가족이 검찰을 고발했을 때는 국가배상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두 후보의 정치 인생은 차이가 더욱 확연하다. 나 전 원내대표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인지도를 높이고, 18대 총선에서는 서울 중구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무소속 후보에게 패해 침체기를 겪었지만, 2014년 재보궐·2016년 20대 총선에서 동작을에 출마해 두번 연속 당선되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해 '국회 패스트트랙' 정국에서는 최전방에서 정부·여당을 강하게 비판해 중앙 정치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키웠다.

반면, 이 전 판사는 정치 신인이다. 2018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양승태 대법원'이 강제징용 판결을 고의로 지연시킨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해 민주당의 영입 후보로 일찌감치 하마평에 올랐다. 지난 1월 27일 민주당에 입당한 이 전 판사는 자신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피해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문건에 이 전 판사의 이름은 나오지 않아 거짓 논란도 함께 불거졌다.

최근 지지율 여론조사는 나 전 원내대표가 뒷심을 발휘하는 양상이다. 나 전 원내대표는 그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전 판사에게 다소 밀리는 모습이었으나, 6일 공표된 여론조사(CBS·국민일보가 조원C&I에 의뢰 4∼5일 조사 / 동작을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501명 / 신뢰수준 95% / 표본오차 ±4.4%포인트 응답률 4.2%)에서는 이 전 판사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나 전 원내대표의 지지율은 44.1%, 이 전 판사의 지지율은 40.9%였다.

지역 정가에서는 두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전 판사가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4선 중진 의원인 나 전 원내대표의 관록이 서서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국구 인지도를 갖춘 나 전 원내대표가 6년 동안 지역 기반을 다져온 내력은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다.

이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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