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대선’ 이낙연-황교안, 대선직행 티켓 0순위는 누구?

'험지 도전' 김부겸·김영춘·오세훈, 승자는 몸값 상한가

‘노무현의 후예들’ 이광재·김두관, 살아남을까

‘공천배제’ 홍준표·김태호, 명예회복 가능할까

왼쪽부터 이낙연 민주당 후보, 황교안 통합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통합당 후보. 사진=연합뉴스 제공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에게 4·15총선은 중요한 무대다. 2년 뒤 치러질 20대 대선을 향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거두느냐에 따라 입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직접 선거에 나서지 않은 거물급 정치인들이 어떤 영향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서는 대선 구도가 변할 수도 있다.

가장 주목받는 잠룡은 서울 종로구에서 ‘미니 대선’을 치르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다. 두 사람은 나란히 대선 여론조사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쪽의 타격은 불가피한 대결이다. 자신의 승리는 물론이고 당의 승리를 견인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이 후보는 승리하면 5선 국회의원으로서 당내 위상이 커지며 차기 당권이 가시권에 들어온다. 총선에서 후원회장을 맡은 후보 40여명 가운데 대거 당선자가 나오면 ‘이낙연계’ 계파도 형성되며 대권 가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황 후보는 원외 당대표로서 한계를 절감하던 차에 ‘정치1번지’ 종로에서 원내 진입에 성공하면, 문재인정부에 맞서는 야권의 구심점으로 우뚝 서게 된다. 정권교체 열망을 실현시킬 ‘야권 대표주자’ 위상을 거머쥐는 것은 물론이다.

김부겸·김영춘 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통합당 후보는 험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통합당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김부겸 후보는 대구 수성갑에서 20대 총선에 이어 또 당선되면, 이념적·지역적 확장성을 가진 대권주자로 부상할 수 있다. 역시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부산·경남(PK) 지역의 부산진갑에서 승부를 건 김영춘 후보 역시 승리해 돌아올 경우 거물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다.

김부겸·김영춘 후보는 험지 출마이기도 한데다 통합당의 후보가 각각 주호영·서병수 후보라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15대 총선부터 민주당(열린우리당) 후보가 내리 당선된 서울 광진을에 도전한 오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 고민정 후보를 누른다면 20대 총선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패배했던 종로 선거의 아픔을 극복하고 대권 경쟁에 뛰어들 교두보를 마련하게 된다. 지난해 황교안 대표에게 내준 당권에도 재도전이 가능하다.

‘노무현 오른팔’과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등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이광재 후보와 김두관 후보의 총선 결과도 주목된다. 지난해 연말 피선거권이 회복된 뒤 9년 만에 정계 복귀를 노리는 이 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강원도의 원주갑에서 당선되면 재선 국회의원과 도지사를 만들어준 도민들의 열망을 받들어 대권주자 반열에 오를 전망이다.

마을 이장에서 군수, 행정자치부 장관, 경남지사, 국회의원이 되는 드라마틱한 정치 궤적을 그려온 김 후보는 현 지역구인 경기 김포갑을 떠나 경남 양산을에서 지역 민심을 얻으려 누비고 있다. 2012년 지사직을 버리고 당 대선 경선에 뛰어들었으나 성공하지 못했던 아픔을 지역민들에게 이해받으면 이를 기반으로 다시 한번 대권 경쟁에 나설 수 있다. 통합당의 경쟁 상대가 양산시장 출신인 나동연 후보다. 김 후보와 나 후보는 현재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통합당 공천을 받지 못한 홍준표 후보와 김태호 후보는 각각 대구 수성을과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다. 홍 후보와 김 후보는 보수 색채가 강한 지역 특성상 통합당 후보와의 쉽지 않은 경쟁을 하고 있다. 어려움을 뚫고 생환할시 당권 도전을 시작으로 대권 루트를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지역구에 출마한 대권 잠룡중 여론조사상 안심할 수 있는 후보는 이낙연·이광재 후보 둘 뿐이다. 물론 선거결과는 개표를 끝내기 전까지 알 순 없다. 여론조사상으로는 김부겸, 김영춘, 오세훈, 김두관, 홍준표, 김태호 후보들과 경쟁후보들이 치열한 접전을 보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통합당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으나, 오히려 원외에서 존재감을 보여주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정계 복귀와 함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안 대표는 비례대표 선거에 올인했다. 직접적인 선거 유세 대신 벌이고 있는 400km 국토 종주의 ‘마라톤 유세’가 얼마나 많은 비례의석을 끌어올지 주목된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의사 경력을 살려 대구에서 의료 활동을 하며 당과 대선주자로서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통합당과의 보수 통합에서 역할을 한 유 의원은 잠행을 끝내고 당 후보들의 유세 지원을 다니고 있다. 자신과 가까운 의원들이 얼마나 당선되느냐에 따라 황교안 대표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수도 있다. 지원 유세를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TK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다니고 있는 것은 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로 읽힌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황 대표의 재난지원금 공약 등에 각을 세우고 있는 것도 자기 정치를 하면서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며칠 뒤면 대권 잠룡들의 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리게 된다. 승리하는 잠룡은 날개를 다는 격이지만, 패배하는 잠룡은 재기하는 게 그리 쉽지는 않아 보인다. 정치무대에서 잊혀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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