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서 과반 정당의 5선 이상이면 가능

당선될 경우 민주당은 김진표·박병석 등 거론

통합당은 심재철 나경원 주호영 등 가능성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을 가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21대 총선이 다가오면서,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이 누가 될 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통상 제1당의 다선 의원중에서 경선을 하든, 내부 조율을 거치든 국회의장 후보로 추천되면,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를 거쳐 국회의장을 결정해왔다. 2016년 20대 총선이 끝난 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의 정진석 원내대표는 처음에는 "여당이 국회의장을 맡는 게 관례"라고 했으나, "여소야대 민의를 존중한다"면서 1석 차이로 1당(123석)이 된 더불어민주당에게 국회의장을 양보했다.

1당이 되더라도 국회의장을 무조건 확보하는 것은 아니다. 관례일 뿐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 국회법 제15조(의장·부의장 선거)에는 국회의장 선거와 관련, '무기명 투표'와 '재적 과반수'만 명시돼있다.

그래서 1당이 과반에 실패한 경우에는 2당과 3당이 연합해서 국회의장을 내기도 했다. 1998년 15대 국회 후반기에는 원내 3당인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의 박준규 의원이 국회의장을 맡았다. 당시 1당은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이었지만, DJP연합에 따라 새천년민주당과 자민련이 연립 여당을 구성한 결과였다. 2000년 16대 국회 전반기 때도 원내 2당인 새천년민주당의 이만섭 의원이 서청원 한나라당 의원을 누르고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

최다선 의원이 된다고 해서 국회의장이 꼭 되는 것도 아니다. 21대 총선에 출마한 8선인 서청원 의원(우리공화당 비례대표 후보), 6선인 천정배 의원(민생당 광주서을 출마)이 금배지를 달아도, 소속당의 의석수가 적기 때문에 국회의장은 될 수 없다.

21대 총선에는 5선 이상의 다선 의원중 상당수가 출마를 포기하거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현재의 4선의원이 당선돼 5선이 되면, 국회의장을 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에서는 당 대표이자, 최다선인 이해찬(7선) 의원을 비롯해 원혜영(5선) 의원, 추미애(5선) 법무장관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석현(6선) 의원, 이종걸(5선) 의원은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통합당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다선 의원인 김무성(6선) 의원과 5선인 정갑윤 의원과 정병국 의원이 출마하지 않았다. 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대표로 간 원유철(5선) 의원도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렇다보니 총선에 출마하는 5선 의원은 박병석 민주당 의원(대전 서구갑)과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경기 안양시동안구을)뿐이다. 이들은 모두 국회부의장을 지냈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되면 21대 국회에서 최다선인 6선 의원이 된다. 선수로만 보면 유력한 국회의장 후보감이다. 국회의장은 전반기 2년, 후반기 2년을 나눠 맡기 때문에 최다선 의원이 되면 가능성은 높아진다. 물론 전제 조건은 소속한 정당이 과반이 되거나 적어도 1당은 돼야한다.

4선 의원중에는 민주당은 김진표(경기 수원시무)·변재일(충북 청주시청원구)·김부겸(대구 수성구갑)·안민석(경기 오산시)·송영길(인천 계양구을)·이상민(대전 유성구을) 의원이 출마했다. 통합당은 주호영(대구 수성구갑)·정진석(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정우택(충북 청주시흥덕구)·나경원(서울 동작구을) 의원이 출마했다. 이들이 이번 총선에서 당선되면 5선 의원이 되고, 이들중 누군가는 확실하게 국회의장이 된다.

6선, 5선의 다선의원이 되는 건 국회의장이 되는 1차 관문을 넘은 것이고, 그 이후는 당내 역학구도, 출신지역, 의원들간의 친밀도가 중요하다. 최근에는 당내에서 경선을 거치는 게 관례가 됐다.

4선 이상이 모두 당선됐다는 가정 아래 국회의장 가능성을 보면 민주당에서는 최대 계파인 친문의원이 유리하다. 대표적인 친문인 김진표 의원이 당선된다면 국회의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반기냐, 후반기냐 시기가 문제일 수는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말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후임 1순위로 내정됐으나,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물론 박병석 의원이 당선된다면 최다선이라는 상징성 덕분에 전반기든, 후반기든 국회의장을 맡게될 가능성이 다른 의원들보다는 높다.

김부겸 의원도 대구경북(TK) 출신의 상징성 때문에 본인이 원하면 가능성은 높지만, 국회의장보다는 대권에 더 애착을 보일 것 같다.

통합당은 친황, 친이, 친박 등 당내 역학구도에 따라 예측불허의 혼전이 예상된다. 심재철 의원은 최다선이 되면 가능성이 높다. 나경원 의원은 여성이라는 점이 강점으로 어필될 수 있다. 주호영 의원은 민주당의 대권주자 중 하나로 꼽히는 김부겸 의원을 꺾고 당선된다면 그러한 상징성 때문에 국회의장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 정우택, 정진석 의원도 당내 기반이 있기 때문에 국회의장의 꿈을 키울 수 있다. 확실한 주류계파가 없는 통합당의 경우 당내 경쟁이 더 치열할 수 있다.

이번 총선의 결과로 국회의장이 되는 길은 다른 때보다는 하나의 변수가 더 생겼다. 민주당이든, 통합당이든 과반을 차지하는 정당이 나온다면 그 당에서 후보를 결정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과반 정당이 없다면 소위 비례위성정당이 얻은 의석수까지 감안해야 하는 변수가 생겼다. 이걸로도 과반이 되는 정당이 없을 경우에는 민주당과 통합당의 '우호정당'의 의석수까지 계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여야간 신경전과 설전이 심해질 수 밖에 없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21대 국회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회의장을 반드시 차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럴려면 우호정당을 합해서라도 과반은 돼야한다. 또 1당은 돼야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통합당은 20대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등을 겪으면서 국회의장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했다. 물론 그런 점에서 민주당도 국회의장의 중요성을 실감했을 것이다.

어느 정당이 1당이 될지, 과반 정당은 나올지, 국회의장은 누가 될지 총선이 다가오면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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