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이혜훈·이종구·김병준·정우택, 민주당 강세 지역 출마

당선될 경우 당내 영향력 높아질 듯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집권세력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총선은 정권을 평가, 혹은 심판하는 성격이 강했다. 이러한 기류는 문재인정부 4년 차인 올해 실시되는 4·15 총선에서도 재현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집권 여당이 강세를 보여왔던 지역에서도 야당 후보들이 선전(善戰)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험지(險地)'로 불리는 곳에 출사표를 던진 미래통합당 후보들의 선전여부도 이번 총선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로 꼽히고 있다.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왼쪽)과 김용태 미래통합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김용태, '험지 중의 험지' 구로을에서 '문재인 복심' 윤건영과 대결

김용태 통합당 의원은 보수정당에서 '험지 중의 험지'로 불리는 서울 구로을에서 민주당 후보인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맞붙는다. 윤건영 전 국정상황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린다. 통합당은 문 대통령의 복심인 윤건영 후보를 겨냥해 불출마선언을 했던 김용태 의원을 배치했다. 이른바 '표적공천'인 셈이다.

이곳은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17대 총선에서 당선된 이후,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8·19·20대 총선에서 내리 3선에 성공한 지역이다. 16년 동안 민주당 계열 후보가 승리해 '민주당 초강세 지역'으로 꼽힌다.

가장 최근 여론조사(서울경제·엠브레인퍼블릭 / 20~21일 조사 / 구로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5명 / 신뢰수준 95% / 표본오차±4.4%포인트 / 응답률 16.5%)에서 이번 총선 때 김용태 의원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은 22.9%에 그쳤다. 윤건영 전 국정상황실장을 선택한 응답은 40.9%로 집계됐다. 두 후보의 격차는 18%포인트였다. 김 의원은 3선의 중진으로 이미지도 괜찮은 편이라, 여론조사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이혜훈 미래통합당 의원과 장경태 민주당 청년위원장, 민병두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혜훈, 동대문을에서 민주당 장경태·무소속 민병두와 3파전

바른미래당 출신의 이혜훈 통합당 의원은 자신의 원래 지역구인 통합당 '텃밭' 서울 서초갑을 떠나 험지로 꼽히는 서울 동대문을에서 4선에 도전한다. 민주당에서는 장경태 청년위원장이 경선에서 승리해 본선에 진출했다. 이 지역 현역인 민병두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3파전 구도가 됐다.

동대문을은 지난 2001년 재·보궐 선거를 포함해 16·17·18대 총선에서 보수 정당 후보가 승리했다. 하지만 19대 총선과 직전 20대 총선에서 민병두 의원이 재선에 성공해 이제는 보수정당에는 험지로 분류되는 곳이다. 특히 서초갑에서 3선을 지낸 이혜훈 의원은 지역 기반을 다질 시간이 부족해 힘겨운 승부가 전망되지만, 민주당에 우호적인 유권자들의 표가 장 후보와 민 후보로 나눠질 경우 선전할 가능성도 가능성도 높다.

이종구 미래통합당 의원(왼쪽)과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종구 의원 블로그, 임종성 의원 블로그
이종구, 연고없는 경기 광주을에서 4선 도전

통합당 강세 지역인 서울 강남갑에서 3선을 지낸 이종구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는 경기 광주을에서 4선에 도전한다.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험지 출마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광주을은 원래 보수정당의 텃밭으로 평가받았다. 지난 16·17·18·19대 총선에서 통합당 계열 후보들이 모두 당선됐다. 하지만 20대 총선(임종성 의원)과 2018년 지방선거(신동헌 시장)를 기점으로 탈 보수화돼가고 있다. 이 의원은 서울 출생으로 이 지역과 별다른 인연이 없다. 지역 기반을 다질 시간도 부족해 전형적인 험지 출마다. 이 의원은 경제관료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워, 지역발전에 적임자라는 점을 내세우고 문재인정권의 실정을 부각시키면 승산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임종성 의원은 경기 광주 출생이다. 이곳에서 지방의회 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초선 의원이지만 토박이 격이다. 지역 기반도 탄탄하다는 평가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강준현 세종시 전 정무부시장. 사진=연합뉴스/강준현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세종시 설계자' 김병준, '노무현의 도시' 세종을에서 고군분투

김병준 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친(親)민주당 지역으로 분류되는 '세종시을' 지역구에 출마한다.이른바 '노무현의 도시'라고도 불리는 세종시는 현역 시장(이춘희)과 국회의원(이해찬)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강준현 세종시 전 정무부시장이 경선에서 승리해 본선행이 확정됐다.

다만 김 전 비대위원장이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세종시를 기획했다는 점, 이곳에서 재선(19·20대 총선)을 지낸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불출마 등을 고려하면 김 전 비대위원장이 선전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우택 미래통합당 의원(왼쪽)과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정우택, '친문 텃밭' 청주 흥덕에 통합당 깃발 꽂을까

4선의 통합당 중진인 정우택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원래 자신의 지역구인 '충북 청주 상당'을 떠나 '친문 세력의 텃밭'으로 불리는 청주 흥덕에 출마한다. 정 의원은 당의 험지 출마 요구를 깨끗하게 수용했다. 정 의원이 선거구를 옮기면서, 청주 흥덕은 충북에서 가장 핫한 선거구가 됐다.

민주당에서는 도종환 의원이 후보로 나선다. 도 의원은 이곳에서 3선(17·18·19대 총선)을 지낸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20대 총선에서 바통을 이어받아 당선됐다. 16년 동안 민주당 계열 후보가 승리한 것이다. 청주 상당은 충북 전체에서도 민주당 세가 가장 강한 곳으로 꼽힌다.

다만 후보 개인의 중량감 측면에서는 정 의원이 앞선다는 평가다. 정 의원은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으로 불리는 국회의원·광역자치단체장(충북도지사)·장관(해양수산부)을 모두 지낸 거물급 정치인이다. 당 원내대표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기도 했다. 정 의원이 충북도지사 시절 흥덕구에 기울인 노력(기업·국책기관 유치)이 표심에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험지에 출마한 김용태, 이혜훈, 이종구, 김병준, 정우택 후보는 모두 중진이다. 험지에서 당선될 경우, 당내에서의 위상과 영향력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2022년 대선을 앞둔 당내 경선에서 의미있는 일을 할 수도 있다. 이들 중 몇명이 살아 돌아올 수 있을 지 관심거리다.

이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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