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동안을 젊은 층 유입으로 인구 구성 변화…막연한 '험지' 아냐"

"1기신도시 재점검 및 안양교도소 이전에 대한 충분한 논의·명분 필요"

"여성·청년 국회 진출 여전히 소극…미래통합당 시스템공천 박수칠만 해"

4·15 총선에서 경기 안양동안을에 출마를 선언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후보. 사진=안병용 기자
[데일리한국 박준영/안병용 기자] 2016년 국회 입성과 함께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과 각을 세우며 설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부터는 야당의 비판과 비난을 최일선에서 맞섰다. 모두가 힘들 것이라고 만류했던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에도 성공했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비례대표 5번으로 의회에 진출한 이재정 의원의 4년이다.

거침없는 발언과 행보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갈등을 예각화해 협상 테이블 위에 올리고 대화했다. 싸움, 논쟁으로 비칠지언정 사회적 갈등이 있다면 소통을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는 게 이 의원의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대중의 인식에 각인된 그는 요즘 말로 이른바 ‘센 언니’다.

이번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심재철 미래통합당 의원이 내리 5선을 지낸 경기 안양동안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20년간 민주당의 진출을 허락하지 않은 험지에다 심 의원이라는 ‘정치 거물’과 맞서야 하지만,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그에게서 긴장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되레 심 의원을 멋지고,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상대라 평가했다.

다음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언론위원회에서 공익변호사로 활동하다 정치인으로서 제2의 삶을 사는 이 의원과 일문일답.

4·15 총선에서 경기 안양동안을에 출마를 선언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후보. 사진=안병용 기자
▶ 여야 간 극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최악의 국회’로 지적받은 20대 국회, 어떻게 평가하는가?

동물국회, 식물국회, 짐승국회 등 다양한 평가가 있다. 면을 세우기 위한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20대 국회는 정말 투명해졌다. 이전에는 ‘치외법권’처럼 여겨졌던 국회의원의 특별활동비 등을 이젠 국민이 직접 재단할 수 있게 됐다. 정책 개발을 위한 토론 등도 자주 열렸다. 특히 선거법 개혁을 통해 국민이 국회를 더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20대 국회를 향한 비난과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이전 국회와 비교하면 개선된 부분도 많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우리 정치와 국회는 더디지만, 분명 진일보하고 있다. 20대 국회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한다.

▶ 출마를 선언한 경기 안양동안을은 심재철 미래통합당 의원이 내리 5선을 달성한 지역구다. 보수세가 강한 것으로 분류되는 ‘험지’에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10여 년 전 변호사로 활동할 당시 로펌이 서울 강남역에 있었다. 대중교통으로 30분 안에 오길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눈에 들어온 곳이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이었다. 홀로 지내다 결혼을 했고, 이곳에서 아이도 낳아 키우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으로서 선택의 여지가 많아 상대적으로 익숙한 안양동안을을 선택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안양동안을도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젊은 층이 유입되면서 인구 구성이 달라지고 있고,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도 변화하고 있어 ‘험지’라고 여기기보단 역동적인 곳이라고 생각했다. 심재철 의원이라는 거물의 존재도 도전 의지를 갖게 했다. 심재철 의원은 오랜 기간 안양동안구민들과 소통해왔다. 막연하게 지지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적대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심재철 의원은 안양동안을의 역사를 지닌 멋진 상대다. 여론조사결과를 보며 방심한 적도 없다. 각각의 논리로 싸우기보다는 심재철 의원의 노력을 인정하고, 여기에 나의 가치를 더하고 싶다.

▶ 같은 지역구에 출마한 심재철 미래통합당 의원이 총선에서 제1당이 되면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치적 언어가 앞서면 역풍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이미 박근혜 정부 때 탄핵이라는 불행한 역사를 겪었다. 탄핵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무르익었었기 때문에 가능했지 쉬운 일이 아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지만, 탄핵은 예외적 헌법 규정이다. 의미 없는 이야기에 대해 비난이나 비판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오히려 이 문제를 가지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야말로 ‘정쟁’이다.

▶ 지역 현안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과 해결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안양은 1기 신도시다. 개발 당시에는 많은 혜택을 누리기도 했지만, 이 또한 옛이야기다. 20년 이상 된 기반시설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혜택받은 도시’라는 점 때문에 국가 예산 계획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1기 신도시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개발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정치세력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가장 시급한 문제 가운데 하나다. 안양교도소 이전이다.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등장했지만, 어느 순간 ‘지키지 못한 상징’이 돼버렸다. 왜 이전해야 하는 지, 어디로 이전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단순히 안양교도소를 님비시설로 분류해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은 중앙정부를 비롯한 각 부처의 충분한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한다. 지역사회를 넘어 국가 전체의 역량을 고려한 해결 방법을 고민하고, 이를 통해 안양교도소 이전에 대한 명분이 만들어져야 한다.

▶ 본인만의 강점이 있다면?

선거 때마다 많은 인물이 ‘물갈이’됐다. 그동안 우리는 인물이 무수히 교체되는 과정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정치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고민했다. 젊다는 게 강점은 아니다. 새로운 세대의 요구와 가치를 더 잘 풀어낼 수 있을 뿐이다.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내려놓은 것은 우리 세대의 특징이기도 하다. 나의 강점은 직접 만났을 때 드러나는 것 같다. 당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시민들에게 날 선 이미지가 각인된 것 같다. 하지만 직접 만났을 때는 친숙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TV보다 낫다.”, “일 잘할 것 같다”다.

▶ 지역구 후보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하도록 권장하는 '여성할당제'가 도입된 지 15년이 지났다. 하지만 4·15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여성 후보 공천 비율은 10%를 웃도는 수준에 불과했다. 여성에게 국회는 여전히 '콘크리트 천장'이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적극적 평등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양적 채움이 우선돼야 한다. 양적 달성이 제 1관문이다. 이 관문을 넘어서야 (국회가) 더 유능한 사람들로 채워질 수 있는데, 이 관문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적극적 평등에 대한 이해도 실현 의지도 아쉽다. 아직 이를 온전하게 이해하는 정치집단이 없는 것 같다. 여성정치를 위해 얼마만큼 이바지했는지 묻는다면 나 역시 부끄럽다. 명분 있는 가치지만, 꼭 내 상황을 대변하는 것 같아 이야기 못 하는 사람이 다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미래통합당의 공천 결과에 손뼉을 쳐주고 싶다. 시스템 공천을 천명, 여성 후보를 전략적으로 배치했다. 누군가의 눈에는 사천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정치의 소수자인 여성과 청년에 대해서는 시스템을 넘어서는 가치와 전략이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미래통합당이 여성과 청년을 위한 정치를 잘 실행할 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이번 공천은 칭찬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 국회에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들이 유난히 많은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법조인이 영입 인재로 내세우기 좋은 경력이었을 때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법이 정치영역에 있다. 사람마다 정치 진출 이유는 다를 수 있지만, 법의 가장자리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의회에 들어오신 분들도 많다. 물론 특정 직군에서 과다 대표되는지, 법률가라는 직업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가진 권위적 지위 때문에 과다 대표되는 것은 아닌지, 정치권이 쉽게 선택할 수 있어서 때문은 아닌지, 다른 경력보다 우선순위에서 평가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는 있는 것 같다.

▶ 21대 국회에 입성한다면 어떤 국회로 만들고 싶나?

일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 권위적이고 불투명한 요소들을 제거해 일하는 시스템이 법률적으로 갖춰진 국회가 될 것 같다. 지난 국회에서 많은 비난과 비판에 직면했었던 만큼 일하는 국회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무르익었다. 한 단계씩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 풍부한 논의들이 이뤄지고 이를 소화해 낼 수 있는 역량 있는 국회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 4·15 총선 결과가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모든 것을 완성하기보다는 긴 역사 안에서 평가받았으면 좋겠다. 5년 단임 대통령제라 정해진 시간 내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에 급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충분한 논의 없이 공약을 마무리 짓는 것보다 다음 정부를 믿고 이를 일궈낼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정권의 성공과 실패는 단기적인 성과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긴 호흡을 하고 역사적 선상에서 봐야 한다.

▶ 앞으로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행복해야 한다.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은 물론 이 사회도 행복해질 수 없다. 정치혐오를 걷어내고, 신뢰를 줄 수 있는 정치인이 돼 먼 훗날 ‘국회의원으로서 정말 자랑스러운 삶이었다’고 회고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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