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최고위서 결론…전당원 투표 결과 이번주 중 발표

정무적 결정 부담 작용한 듯…"명분·실리 모두 잃는 길"

정의당, 비례연합 참여 않기로…민생당도 '불참' 고수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회의에서 이해찬 대표(왼쪽)와 이낙연 위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오는 4·15 총선에서 진보·개혁진영의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에 참여할지를 전체 당원 투표로 결정하기로 한 데 대해 정치권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미래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꼼수’라고 지적해 온 당 지도부의 ‘책임회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부터 오는 11일까지 최고위원회에서 비례대표 후보 추천 여부와 순번 등을 논의한다. 이는 전날 최고위가 비공개회의에서 전당원 투표를 통해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투표는 모바일(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진행되며, 결과는 이번 주 중 발표된다. 만약 참여하기로 결정되면 민주당은 비례대표 후보들을 탈당시킨 뒤 비례연합정당에 다시 입당시켜야 한다.

당내에서 미래통합당의 원내 1당을 저지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지만, 문제는 민주당 지도부의 태도다.

민주당 지도부는 그동안 미래한국당을 향해 ‘꼼수’, ‘한국 정치사의 오점’이라면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왔다. 거대 양당의 독식을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통과시킨 만큼 의석수에만 연연한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선거법 개정과 함께 비례의석 확대를 기대한 정의당 등 군소정당과 마찰도 피할 수 없게 된다.

전문가들은 전당원 투표를 통해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민주당 지도부의 곤혹스러움이 베인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례연합정당 참여가 총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할지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최종 판단을 내리는 데 대한 부담이 작용, 이에 대한 책임을 당원들에게 넘겼다는 지적이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당 지도부가 정책적인 문제를 당원들에게 결정, 투표하게 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처사에 불과하다”면서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미래한국당을 용인할 뿐만 아니라, 지역구 의석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민주당은 비례연합정당에 참여 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능구 정치평론가는 “전당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더 높은 수준의 의사결정일 수 있어 무조건 나쁘게 볼 순 없다”면서도 “당의 정책과 방향 등을 정립하고 있어야 할 지도부가 이처럼(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처럼) 중차대한 문제에 대한 의견을 통일하지 못하고 전당원 투표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곤혹스러움’에 대한 방증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9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상무위원회(위)와 민생당 최고위원회의. 사진=연합뉴스
한편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7~2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15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응답자의 35.3%는 비례대표 투표권을 민주당에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미래한국당은 30.0%, 정의당은 9.8%, 국민의당은 4.0%, 민생당은 3.9%로 집계됐다.

조사 결과를 개정 선거법에 대입해 비례대표 의석수를 계산하면 미래한국당은 민주당의 약 4배인 27석 확보한다. 전체 비례 의석(47석)의 60%를 차지하는 셈이다. 반면 민주당은 현재 13석인 비례대표 의석수가 절반 수준인 7석으로 줄어든다. 정의당은 8석, 국민의당은 4석, 민생당은 1석을 얻는다.

민주당이 정의당 등과 비례연합정당을 구성하지 않으면 원내 1당을 미래통합당에 내줄 가능성은 커진다. 하지만 민주당과 함께 진보·개혁진영에서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제안받은 정의당은 전날 전국위원회를 열고 ‘불참’ 쪽으로 결론을 지었다. 바른미래당· 대안신당·민주평화당 등 3당 합당을 통해 탄생한 민생당도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김능구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지도부가 나서 당원들에게 비례연합정당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정의당 등 군소정당과 협상도 이어가야 한다”면서 “정면돌파하지 않으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탄핵 세력에게 원내 1당을 내줄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으므로 솔직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선거는 결국 유권자들의 마음”이라면서 “민주당 지도부가 여론을 단순하게 수치화하는 여론조사에 연연해 유권자의 마음이 아닌 수치를 얻으려 하는 것은 ‘꼼수’이자 굉장히 잘못된 처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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