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 아닌 지역구…“북한 주민들에게 자유·대의민주주의 작동 보여주고 싶었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11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입당과 4·15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 출마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는 10일 오는 4·15 총선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관찰한 것 중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진보세력은 통일주도, 보수세력은 반통일 세력이라는 이분법적 관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며 “통일에 대한 엇갈린 관점, 서로에 대한 증오심으로 남남갈등에 빠져 있으면 영원히 분단국가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태 전 공사는 “제가 4·15 국회의원 선거에 한국당 후보로 나서고자 한 것은 바로 이런 이분법적 사고 속에 서로 갈라져 끊임없이 반목하고 갈등하는 한국 사회가 통일을 향해 한 발짝 더 전진하는 데 저의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기 위해서”라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지역구 출마와 관련해서는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문재인정부는 저를 야당의 한 후보가 아니라, 통일 정책의 파트너로 생각해주길 바란다. 저는 대한민국 정부를 믿고 신뢰한다”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시종일관 김정은 정권은 절대로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처음부터 얘기해왔다”며 “실제로, 현실적으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위해 그 어떤 움직임이나 조치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그동안) 목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 후보로 출마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에서 지역구에 나가 지역 인민(주민)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 해외 동료와 북한의 노동자들, 더 나아가 북한 주민들에게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 시스템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보여줄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만약 더불어민주당에서 제안이 왔다면 동의했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민주당에서 제안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지난 2016년 8월 우리나라로 귀순한 태 전 공사는 역대 탈북 외교관 중 최고위급으로, 당시 현학봉 영국주재 북한대사에 이어 서열 2위였다.

2017년부터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소속으로 활동했으며, 2018년 5월 사직했다.

이후 태 전 공사는 자신의 개인 블로그인 ‘남북동행포럼’을 개설해 북한 동향, 관련 강연·칼럼 등을 게재해왔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자유한국당 입당과 4·15 총선 지역구 후보 출마 발표 기자회견에서 황교안 대표(오른쪽부터), 태 전 공사,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하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선언문 전문.

국민 여러분, 태영호입니다.

저는 오늘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4년 전인 2016년 여름, 아내와 두 아이들과 함께 목숨을 걸고 동토의 땅으로부터 대한민국으로 건너올 때 제가 꿈꾸던 것은 단지 자유뿐이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되어 새로운 삶을 살아보니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철저하게 보장하는 우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너무나 고맙고, 나아가 자랑스럽게 느껴집니다.

생각해 봤습니다. 왜 북녘 땅의 우리 형제자매들은 이런 소중한 자유를 함께 누릴 수 없는가. 남과 북은 원래 하나인데 우리는 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가. 이렇게 따뜻하게 나와 내 가족을 맞아준 대한민국 국민들과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는 북한의 주민들을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서울 생활을 시작한 이후, 저는 각종 세미나와 언론 기고 등을 통해 북한 정권의 전략과 의도를 알리고, 이를 정부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재의 대북 정책과 통일 정책은 엉뚱한 방향으로만 흘러가고만 있어 큰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내가 대한민국과 한민족공동체에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북한 체제와 정권에 대한 이해와 경험과 예측 능력이었습니다.

저는 남북한 통일 문제는 특정 정권이나 정파만의 전유물이 될 수 없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5천만 대한민국 국민, 2천 5백만 북한 주민 모두의 것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관찰한 것 중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진보세력은 통일주도세력이고 보수세력은 반통일세력이라는 이분법적 관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통일에 대한 엇갈린 관점과 서로에 대한 증오심으로 지금까지처럼 남남 갈등에 빠져 있으면 우리는 영원히 분단국가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제가 오는 4월15일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서고자 한 것은, 바로 이런 이분법적 사고 속에 서로 갈라져 끊임없이 반목하고 갈등하는 한국 사회가 통일을 향해 한 발짝 더 전진하는데 저의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기 위해서입니다.

서로 싸우기만 하는 것으로 통일이 그냥 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한쪽 의견만 들어준다고 통일이 오는 것 또한 아닙니다.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고 교류하고 협력하는 과정을 거쳐 우리는 진정한 통일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제가 그 역할을 감히 맡아보고자 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그 어느 누구보다 북한 체제와 정권에 대해 깊이 알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해서 대한민국 정부의 통일 정책이 무조건적인 퍼주기 방식이나 무조건적인 대립 구도가 아니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하여 남과 북의 진정한 평화통일을 위한 현실적인 통일정책, 국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진정한 통일정책이 입안되고 실천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자유를 찾아 북에서 갓 넘어온 새내기 대한민국 국민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당당히 그 일익을 담당할 수 있음을 보여드려서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다시금 증명하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이번 총선에 비례대표가 아니라 자유한국당의 지역구 후보로 도전할 것입니다.

만약 제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면, 그것도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면, 북한체제와 정권의 유지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북한 내의 엘리트들, 세계 각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저의 옛 동료들인 북한의 외교관들, 특히 자유를 갈망하고 있는 북한의 선량한 주민들 모두, 희망을 넘어 확신을 가질 것입니다.

대한민국에는 제가 북한인권과 북핵문제의 증인이었듯이 북한에는 자유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의 증거가 될 것입니다.

평생을 북한의 외교관으로 활동했던 태영호 같은 이도 대한민국의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에 의해 직접 선출되는 지역의 대표자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북한의 주민들과 엘리트들이 확인하는 순간,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통일은 성큼 한 걸음 더 다가올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물론, 지난 4년간 한국 사회 적응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였지만, 아직도 대한민국 사회가 조금은 낯설고 어색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간혹 전혀 뜻하지 않은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설령 실수를 하게 되더라도 이는 다름에서 오는 것이니만큼 지금까지 보여주셨던 너그러움과 따뜻함으로 이해해 주신다면 그 사랑에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총선에서 저를 선출하여 주신다면, 국회 의정활동을 통하여 ‘통일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저의 모든 신명을 바쳐 이 새로운 도전에 임하겠다고 엄숙히 약속합니다.

2020년 2월 11일

태 영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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