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하면 대선주자로 확실한 입지…패배하면 대권 가능성 희박

그래픽=강영임 기자. equinox@hankooki.com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 이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오는 4·15 총선에서 서울 종로 지역구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헌정사상 처음으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1·2위를 달리는 여야 정치인의 ‘총선 매치’가 이뤄질 전망이다.

승리한다면 소속 당 대선후보로 확실한 입지를 다질 수 있다. 프로야구에 비유하면 정규리그 1위로 코리안시리즈 직행 티켓을 딴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반면, 패할 경우 정치적 치명상을 입어 대권가도에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하이리스크·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고위험 고수익) 승부다. 최고의 기회이자 모험인 셈이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는 노무현·이명박 등 전 대통령 등 역대 대선주자들이 출마해 빅매치를 치른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총선뿐 아니라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구로 꼽힌다.

더구나 이번 총선에서는 여야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1·2위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총선 최고의 흥행 지역으로 부상할 게 분명하다. 사실상 ‘대선 전초전’이 되는 셈이다.

‘두 전직 총리의 대결’이라는 타이틀도 흥미롭다. 이 전 총리는 문재인정부 초대 총리를, 황 대표는 박근혜정부 마지막 총리를 지냈다.

승부에 앞서 먼저 진용을 갖춘 쪽은 이낙연 전 총리다.

이 전 총리는 지난달 23일 일찌감치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 2일 종로구로 거처를 옮긴 뒤,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종로구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섰다. 예비후보는 유권자들에게 명함을 돌리는 등 제한적이나마 선거운동이 가능해진다.

황교안 대표는 7일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총리가 출마 선언을 한 지 14일 만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위험성이 높은 대결인 점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내에선 ‘이 전 총리와의 대결이 두려워 출마를 피한다’는 분석까지 나왔을 정도다.

일단 여론조사 결과만 보면 초반 판세는 이 전 총리가 우세해 보인다.

지난 4일 여론조사(SBS 의뢰·입소스 조사, 1월 28~30일 / 종로구 500명 대상 / 신뢰수준 95% / 표본오차 ±4.4%p 응답률 17.1%)에서 이 전 총리 지지율은 53.2%로 황 대표(26.0%)보다 크게 앞섰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황 대표의 결단이 늦어져 ‘기세가 꺾였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4일 종로 출마를 선언한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보수 표심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또한 종로는 지난 15~18대 총선에서는 보수 진영이 승리했지만, 19~20대 총선에서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재선에 성공했다. 이제는 보수 세력에 충분히 험지로 여겨질 수 있는 곳이다.

한편에선 황 대표가 반전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현시점의 판세가 선거 당일까지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가 당시 정세균 후보에게 초반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섰으나, 결국 역전 당해 낙선의 고배를 마신 것이 그 예다. 선거는 그만큼 변수가 많아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얘기다.

황 대표가 이번 선거 전략을 ‘정권 심판’에 맞춘 이상, 보수 진영 지지층의 표심이 결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를 계기로 한국당 공천 혁신 작업도 탄력을 받는다면, 종로를 넘어 수도권, 전국 총선 판세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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