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전염병 컨트롤타워 대응은 ‘양날의 검’

전염병 사태 대응 결과에 따라 文정부 국정동력 영향 미칠 듯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의료기관인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현장점검 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청와대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문재인정부의 질병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이른바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국내 확산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사태 진정을 위해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국가적 재난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질병관리 전면에 나선 것이다.

지난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문 대통령은 설 연휴를 제대로 쉬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바이러스 비상대응을 사실상 진두지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연휴가 끝난 직후인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를 격리 치료하고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아 “과할 정도의 선제적 조치”를 주문하는 한편 지난 13일부터 26일까지 중국 우한 지역에서 입국한 사람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전문콜센터인 ‘1399’의 문의 대응 능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세부적인 지시사항까지 내렸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발 빠른 행보는 지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를 겪었던 노무현 정부의 질병 대응 능력을 연상시킨다. 당시 사스는 전 세계적으로 확진 환자 8098명과 774명의 사망자를 냈지만, 한국에서만큼은 사망자 대신 3명의 감염 추정 환자 발생에 그쳤다. 덕분에 한국은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질병대응 롤모델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참여정부 청와대의 민정수석이 바로 문 대통령이었다.

반면 이후 집권했던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는 전염병 방역 및 관리 능력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2009년 신종플루(H1N1) 때는 국내에서 감염자 74만 835명에 사망자 263명을 기록했고,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감염자 186명에 사망자 39명이 나왔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이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라”라고 촉구한 바 있다. 현재 문 대통령이 보여주는 ‘코로나 바이러스 컨트롤타워=청와대’ 대응은 급조된 것이 아니라 축적된 경험에서 나오는 질병관리 능력인 셈이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 바이러스 컨트롤타워로 직접 나서는 것은 문재인정부의 국정 기조와도 무관하지 않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7일 국무회의에서 각종 안전 관련 법안들을 거론하며 “국민의 안전은 우리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특히 “국민은 재난에서 안전할 권리, 위험에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무한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물론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전염병 컨트롤타워 대응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진두지휘하면서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거나 전염병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문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4·15총선을 채 80일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동요하는 민심을 잡지 못한다면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불만이 담긴 비판의 화살은 문 대통령뿐만 아니라 여권 전체로 겨냥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국내외 의학 전문가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최대 14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의 관계자는 “설 연휴 이후 10일 간이 최대 고비”라고 설명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재난과 국민 안전에 대한 컨트롤타워는 청와대다. 이 역할을 실무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청와대에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있다”면서 “국가위기관리센터는 상황이 발생하면 24시간 가동하게 된다. 현재 그렇게 운영 중에 있고, 동시에 위기경보의 단계별로 담당하고 있는 주무 기관과 부처에 맞게 청와대가 항시 협의를 하고 있다”며 총력전을 다짐했다.

문 대통령이 5년 만에 발병한 대형 전염병인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차단하고, 조기에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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