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홍준표, 통합 주도권 쟁탈전…여상규 “통합 비대위 구성해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자유진영 2020 신년하례식 - 제1회 대한민국애국상 시상'에서 피곤한 듯 두 손으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4·15 총선을 100여 일 앞두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추진하는 ‘보수 대통합’ 플랜이 난관에 부딪힌 모양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공화당을 제외한 범보수 정당·세력이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가 국민통합연대 주도로 9일 출범했지만, 결국 ‘누가 통합의 주도권을 쥐느냐’는 문제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황교안 대표는 총선 승리를 위한 보수대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논의 대상으로 유승민 의원 등 바른미래당 탈당파가 창당한 ‘새보수당’과 한국당 이재오 상임고문·홍준표 의원 등이 참여한 ‘국민통합연대’,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꾸린 ‘미래를 향한 전진 4.0’ 등을 언급했다.

공개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조원진·홍문종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우리공화당도 물밑에서 한국당과 선거연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건은 ‘통합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다. 통합 논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황교안 대표는 한국당이 중심이 되는 통합추진위원회 출범, 탈당파의 재입당 전면 허용 조치 등을 통해 군소 정당·세력을 흡수통합하는 방식을 기대하는 눈치다. 쉽게 말해 ‘황교안 대표 체제’를 유지하는 통합이다. 최근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한 것도 총선 이후 대선까지 보수진영 내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새보수당 유승민·국민통합연대 홍준표 의원과 정계 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모두 차기 대선 잠룡으로 꼽히는 인사들이다. 황 대표와 통합 주도권을 놓고 셈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

여상규 한국당 의원은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다음 총선에선 보수대통합 없이 승리하기 힘든데, 현재의 ‘황교안 체제’로는 보수통합이 힘들다”고 진단했다.

여 의원은 “지금 황교안 체제를 공고히 하면 유승민계나 안철수계에서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다 내려놓고 비상대책위원회를 세우고, 아예 대표도 외부 인사로 두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실제로 유승민 새보수당 공동대표는 보수통합의 3대 원칙으로 △개혁보수 △탄핵의 강 건너기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 짓기를 제시한 바 있다. 이중 ‘새집 짓기’는 사실상 ‘황교안 체제’의 종료를 뜻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같은 당의 오신환 공동대표도 7일 당 회의에서 “그저 총선에서 이겨야 하니까 대충 모일 사람들 모여보라는 식으로 흘러가면 통합도 안 되고, 설령 된들 같이 망할 것”이라며 “한국당이 통합을 바란다면 통합을 위해 무엇을 내려 놓을지부터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왼쪽부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공동대표. 사진=연합뉴스
보수통합에서 중도 확장의 키를 쥐고 있는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도 한국당 중심의 통합에는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총선부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돼 독자 세력을 형성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데다, 안 위원장이 정계에 입문한 이래 꾸준히 ‘기득권 정치 비판’과 ‘양당체제 혁파’를 주창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에서는 안 전 의원이 제3지대에서 신당을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지난달 31일에 이어 이달 4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황교안 대표에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거듭 촉구했다.

홍 전 대표는 황 대표의 ‘험지 출마 선언’을 언급하며 “입당 1년도 안 된 사람이 험지 출마를 선언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게 무슨 큰 희생이라고 다른 사람들까지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라고) 끌고 들어가느냐”고 지적했다.

홍 전 대표는 또 황 대표의 ‘보수대통합’ 추진을 “위기 모면책”이라고 평가절하하며 “모두 내려놓고 통합 비대위를 구성하라. 황 대표 밑으로 들어올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한 정치권 관계자는 “통합주도권 쟁탈전을 차치하더라도 태극기 부대와 장외투쟁, 박찬주 육군 대장 영입 등으로 형성된 황 대표의 ‘극우 이미지’도 통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도 새보수당과 친박계 의원들·우리공화당이 간극을 좁히기 어려운 문제”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총선 전 모든 세력을 아우르는 보수대통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선거 연대’ 수준의 보수결집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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